“무례하다” 고성 오가다 파국으로 끝난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2025-03-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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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 흉내 내며 “난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비꼬기까지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예상치 못한 긴장감 속에서 마무리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상회담서 설전 벌이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 AFP=연합뉴스
정상회담서 설전 벌이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공동 기자회견과 광물 협정 서명은 취소됐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보다 일찍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공개적인 설전은 양국 간의 외교적 관계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과 지지를 바라는 마음으로 광물협정 체결을 강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점차 격화되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과 관련해 “그(푸틴)는 살인자이자 침략자”라면서 “살인자에게 우리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협정과 관련해 "매우 공정한 협정이며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큰 약속"이라며 "희토류 판매와 사용으로 많은 돈을 벌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군인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했다"라면서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은 "매우 근접해 있다"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서 설전 벌이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 워싱턴 EPA=연합뉴스
정상회담서 설전 벌이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 워싱턴 EPA=연합뉴스

다만 회담 분위기는 발언을 시작한 지 40분께부터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2014년 자국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체결한 협정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전면전을 일으켰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휴전 협정에서 서명했고 모두 우리에게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협정을 어겼다"라며 "그는 우리 국민을 죽였으며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다"라고 강조하면서부터다.

이후 한 기자가 "푸틴 대통령에게 너무 동조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너무 어렵다"라고 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도 회담에 참여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외교가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이디, 도대체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되물으며 회담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밴스 부통령은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종류의 외교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백악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이걸 따지는 게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팽팽히 맞섰다. 그러면서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이) 멋진 바다(대서양)가 있어서 아직은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끼게 될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라며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젤렌스키 대통령)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라며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도발했다.

이어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며 "당신은 (미국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합의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며 "무례하다"라고 지적했다.

대화가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요구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듭 무시하는가 하면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난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정상회담 후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 떠나는 젤렌스키 / 워싱턴 UPI=연합뉴스
정상회담 후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 떠나는 젤렌스키 / 워싱턴 UPI=연합뉴스

결국 공동 기자회견과 광물 협정 서명이 취소되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을 떠났다.

언론 앞에서 젤렌스키 비판하는 트럼프 / 워싱턴 AFP=연합뉴스
언론 앞에서 젤렌스키 비판하는 트럼프 / 워싱턴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종료된 후 자신의 SNS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그의 태도를 비판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우크라이나가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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