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차 소개합니다" 글에 네티즌들 들썩... 현대 아이오닉5 조상이었다
2025-02-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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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89년식을 사더니 그걸 타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오고 있어요"

27일 올린 글에서 작성자는 “빈티지를 좋아하는 남편이 포니 89년식을 사더니 급기야 그걸 타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오고 있다. 1박 2일 코스다. 문경에서 하룻밤을 자고 벌써 수원까지 왔다. 정말 할많하않(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는 글과 함께 남편의 차를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현대자동차 포니는 한국 자동차 역사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사람들은 게시물에 뜨겁게 반응했다. 글이 올라온 지 24시간 만인 28일 오전 10시쯤 10만 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이 화제가 되면서 포니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포니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포니는 현대차가 처음 독자 생산한 모델이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사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된 국산 차량이다.
포니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생산됐고, 다양한 형태로 출시됐다. 초기엔 4도어 패스트백, 3도어 해치백, 5도어 왜건, 픽업트럭 네 가지 모델이 있었다. 가장 많이 팔린 건 4도어 패스트백이다. 일반적으로 포니라고 하면 이 모델을 가리킨다. 후속 모델인 포니2와 포니 엑셀은 해치백 형태로 진화했다. 포니의 개발 배경은 현대차가 포드와의 기술제휴를 끝내고 미쓰비시와 새로 손잡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독자적인 자동차를 만들려고 노력한 현대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받은 차체 디자인과 미쓰비시의 기술을 결합해 포니를 완성했다. 주지아로는 현대의 당시 상황을 고려해 생산이 쉽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단순한 스타일을 제안했다.
개발 과정에서 현대는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영국 출신 조지 턴불을 부사장으로 데려와 포니 개발을 이끌게 했다. 턴불은 모리스 마리나 개발 경험을 살려 기존 부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포니를 설계했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4도어 패스트백과 쿠페 콘셉트를 처음 선보였고, 1975년 12월 1일 울산공장에서 정식 출시했다.
그렇게 나온 포니는 출시 첫해인 1976년 1만 대 이상 팔리며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출의 물꼬도 텄다. 수출 첫 사례로 1976년 7월 에콰도르에 5대를 보냈고, 같은 해 바레인에도 40대를 수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니는 1238cc와 1439cc 엔진으로 출시됐고, 1980년엔 아이신제 3단 자동변속기를 추가했다. 차체 형식에 따라 전조등 디자인이 달랐다. 4도어 패스트백, 3도어 해치백, 5도어 왜건은 둥근 4등식 전조등을 썼고, 픽업은 사각형 2등식 전조등을 장착했다. 1977년 첫 마이너 체인지에선 프론트 펜더의 방향지시등과 도어 핸들이 바뀌었고, 범퍼 아래 방향지시등과 차폭등이 범퍼 안으로 들어갔다. 1979년 두 번째 마이너 체인지에선 범퍼 고무 프로텍터가 날렵해졌고, 리어 램프가 더 밝아졌다. 실내도 검은색 단일 옵션에서 암청색과 암갈색 선택이 가능해졌으며, 계기판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고 핸들이 T자형 3스포크에서 부메랑형 2스포크로 교체됐다. 충격 흡수식 아웃사이드 미러도 추가됐다.

포니 픽업은 뒷자리를 없애고 화물칸을 만든 모델이다. 1976년에 나왔다. 사각형 2등식 전조등과 수직형 B필러 환기구가 특징이다. 후미등은 위에서부터 방향지시등, 제동등, 후진등 순으로 배치됐다. 최대 적재 능력이 400kg인 이 모델은 당시 소상공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포니 픽업은 채소 노점상, 연탄 배달원, 가전제품 배달 및 수리기사, 방역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보배드림 게시물 속 차량은 1989년식 픽업이다. 1989년식은 포니2 픽업의 후기형에 해당한다. 부산에서 인천까지 1박 2일 여정을 소화했다는 것은 포니의 우수한 내구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는 포니 왜건도 만들었다. 1977년에 출시된 5도어 스테이션 왜건이다. 4도어형보다 차체를 10mm 늘리고 2열 창문을 직각에 가깝게 세웠다. 3열 유리창과 해치 도어를 추가해 트렁크 공간을 확장했지만, 국내에선 ‘왜건=짐차’라는 인식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했다. 포니2로 넘어가며 단종됐다. 삼성화재모빌리티뮤지엄과 현대차가 각 1대, 개인 소유자가 2대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니 3도어는 1980년에 나온 해치백 모델이다. 1열 도어 길이를 늘리고 2열 도어를 없앴다. 후면엔 뒷유리창과 트렁크 덮개가 함께 열리는 해치 도어를 적용했다. 트림명은 GL, GLS 대신 TL, TLS를 썼고, 해치 도어는 운전석 B필러의 레버로 열어야 했다. 2024년 기준 국내에 5대 정도 남아 있고, 공도 주행 가능 차량은 1대뿐으로 추정된다.
포니2는 1982년 2월 19일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됐다. 3도어 해치백과 5도어 왜건은 단종됐고, 4도어 패스트백이 5도어 해치백으로 바뀌었다. 승용 모델과 픽업만 생산했다. 전면은 역 슬랜트형에서 세미 슬랜트 노즈로 바뀌었고, 원형 4등식 헤드램프는 사각형 2등식으로 변경됐다. 철제 범퍼 대신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범퍼가 적용됐고, 후면은 트렁크 덮개가 뒷유리창과 함께 열리는 해치백 형태가 됐다. 환기구는 2열 창문과 C필러 사이로 옮겨졌고, 테일램프와 번호판 위치도 조정됐다. 스틸 휠은 새 디자인으로 교체됐고, 휠커버 대신 아연도금 휠트림링을 썼다. 승용 모델은 1988년 4월까지 판매됐고, 영업용 택시와 픽업은 1990년 1월까지 생산됐다.
호로(천으로 만든 덮개)가 설치된 컨버터블 탑 모델도 나왔다. 경쟁 모델인 기아 브리사 픽업과 대우 맥스를 압도했지만, 1986년 포터가 등장하면서 판매가 줄었고 1990년 단종됐다.
현대차는 쿠페 모델도 만들었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콘셉트로 공개됐지만 양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22년 현대 N의 N 비전 74가 포니 쿠페의 정신적 후속으로 발표됐다.
포니의 제원은 모델에 따라 다르다. 초기 포니는 전장 3970mm(왜건 3980mm), 전폭 1558mm(왜건 1560mm), 전고 1360mm, 축거 2340mm였다. 공차 중량은 870~940kg, 연료탱크 용량은 45L, 타이어 크기는 155/65R13이다. 구동 방식은 앞엔진-뒷바퀴굴림(FR)이고, 전륜엔 맥퍼슨 스트럿, 후륜엔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을 썼다. 엔진은 1238cc(80ps, 10.8kgf·m)와 1,439cc(92ps, 12.5kgf·m) 두 가지다.
포니2의 전장은 픽업이 3998mm, CX가 4029mm·4184mm, 전폭이 1566mm, 전고가 1327mm(픽업 1367mm), 축거가 2340mm였다. 공차 중량은 920~1015kg, 타이어 크기는 175/70R13이다. 엔진은 가솔린 1238cc와 1439cc, LPG 1238cc, 1439cc, 1,499cc로 다양했다.
포니는 대한민국에서 단종된 후에도 해외에서 명맥을 이어갔다. 유럽에선 포니 엑셀, 엑셀로 이름을 바꿔 판매됐다. 1999년 베르나부터 엑센트로 이름으로 통일돼 포니 이름이 사라졌다. 남미 일부 국가에선 2018년 엑센트 택시 모델이 포니로 불리기도 했다.
2019년 현대는 레트로 열풍을 타고 포니를 전기차로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45 EV 콘셉트카를 공개했는데, 2021년 아이오닉 5로 양산화했다. 아이오닉 5는 포니의 디자인을 계승하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포니는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제작진은 이집트에서 포니를 역수입해와 촬영에 썼다. 영화 ‘택시운전사’에도 포니 여러 대가 택시로 등장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금색 포니2가 김성균의 차로 등장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태이고 맵에도 포니 쿠페 콘셉트카가 추가됐다.
포니는 모형으로도 제작됐다. 2012년 PCT 컬렉티블에서 1/38 스케일 다이캐스트 모형이 출시됐고, 색상은 빨강, 파랑, 연회색, 노랑, 초록 등 다양하다. 아카데미과학은 2020년 1/24 스케일 프라모델을 내놨고, 2023년엔 1:24 레진 모형으로 포니1, 포니 픽업, 포니 쿠페, N 비전 74가 나왔다.
보배드림에 등장한 포니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를 상징하는 포니의 내구성과 함께 빈티지 자동차의 매력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한 조각을 되살린 픽업 포니를 눈으로 본 보배드림 회원들은 “진심으로 부럽다” “갖고 싶다”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회원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도 노란색 포니가 현역으로 뛰고 있다”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