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에 든 음료 7개월만 계속 마셔도... 무서운 연구 결과 발표됐다
2025-02-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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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진 "남성 생식 기능 심각하게 저해" 논문
국립부경대학교는 식품영양학과 정승진·박수례 박사과정생과 류보미·이승준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월호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페트병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 위험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유아기 쥐 모델을 대상으로 29주(약 7개월) 동안 매주 5m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했다. 이는 인간이 연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을 쥐의 체중에 맞춰 환산한 값이다. 실험은 쥐가 5주령일 때 시작해 34주령까지 진행됐는데, 이는 쥐의 사춘기 전부터 성체 시기까지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고환과 부고환 조직의 미세구조 변화를 살펴보고,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 정자 농도와 운동성, 리보핵산(RNA) 전사체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남성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분석 결과,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쥐의 정자 농도와 운동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조군 쥐의 정자 농도는 평균 1700만 개였지만, 미세플라스틱 섭취군은 530만 개로 급격히 줄었다. 약 68.8% 감소한 수치다. 정자 운동성도 현저히 떨어져 정자의 이동 능력이 저하됐음이 확인됐다. 정자 생산과 성숙 과정 역시 동시에 억제돼 정자 형성에 필요한 기본 조건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 내 정세관 직경과 상피 높이도 줄어들어 정자 생성 환경이 악화했음을 보여줈다.
연구팀은 고환 조직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며 정세관 내부 구조 변화를 자세히 관찰했다. 미세플라스틱 섭취군의 정세관은 불규칙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했다. 정세관 내부엔 정자를 생성하는 생식세포와 이를 지지하는 세르톨리 세포가 있는데, 섭취군에선 세르톨리 세포가 혼란스럽게 배열되고 생식세포 수가 줄었다. 성숙한 정자도 대조군보다 훨씬 적었다.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존슨 스코어는 섭취군에서 유의미하게 낮게 나와 정자 생성 활동이 크게 저하됐음을 입증했다.
고환 외에도 부고환 상태를 조사했다. 부고환은 정자가 성숙하고 저장되는 기관으로 머리(두부), 몸통(체부), 꼬리(미부) 세 부분으로 나뉜다. 미세플라스틱 섭취군의 부고환 체부 길이는 대조군보다 26.89% 줄었고, 두부와 미부 길이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부고환 전체 무게는 두부, 체부, 미부 모두에서 감소했다. 조직 염색 결과, 부고환 관 내 정자 수가 모든 영역에서 급격히 줄었다. 두부는 84.81%, 체부는 70.76%, 미부는 50.95% 감소해 정자 성숙 과정이 방해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꼬리에서 채취한 정자 영상 분석에서도 섭취군의 정자 밀도가 현저히 낮았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큰 영향을 받았다. 미세플라스틱 섭취군의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대조군보다 24.3% 감소했다. 대조군의 평균 수치는 약 3ng/mL였지만, 섭취군은 그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고환 내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레이디히 세포 수가 32.2% 줄어든 결과와 연관된다. 레이디히 세포는 정세관 사이 공간에 위치하며 남성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데, 이 세포 감소는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했다. 또한 세포 사멸 분석에서 섭취군의 정세관 내 사멸 세포 비율이 증가해 생식세포 손상이 가중됐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사체 분석을 통해 분자 수준에서의 변화를 탐구했다. 미세플라스틱 섭취군의 고환에서 발현이 조절된 유전자는 총 269개다. 138개는 상향 조절되고 131개는 하향 조절됐다. 이 중 생식 과정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점이 두드러졌다. 특히 성선자극호르몬 분비와 테스토스테론 합성, 감수분열 시작 유전자(Meiosin)의 발현이 줄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정자 생성과 호르몬 조절에 필요한 유전자 네트워크를 방해한다는 뜻이다. 유전자 공동 발현 분석에서도 생식 관련 유전자가 포함된 모듈이 섭취군에서 크게 변동했고, 이는 고환 무게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은 페트병을 기계적으로 갈아 만들어 50~100㎛ 크기로 준비했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한 형태를 띠었다. 입도(입자의 크기)는 0.5400㎛ 범위로 분포했으며, 50~100㎛ 입자가 35.23%로 가장 많았다.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페트병에서 추출한 미세플라스틱은 테레프탈산 함량이 92.58%로 페트임을 확인했다. 이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페트병과 동일한 소재임을 뜻한다.
연구팀은 실험에 C57BL/6N(가장 널리 사용되는 실험용 쥐) 수컷 쥐 33마리를 사용했다. 4주령에 입고해 일주일 적응 후 5주령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쥐는 온도 25±2℃, 습도 50±5%, 12시간 명암 주기 환경에서 사육됐고, 먹이와 물은 자유롭게 먹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사료에 섞어 주 5mg씩 29주간 투여했다. 이는 인간 연간 섭취량 250g을 쥐 체중 비율로 조정한 값이다. 실험 기간 동안 체중은 매주 측정했고, 몸길이는 코끝에서 꼬리 시작점까지 재어 성장률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페트병 소재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밀하게 규명하고 환경 및 보건 정책 개선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일상적 섭취 수준에서 장기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사례다. 기존 연구가 상업용 구슬 형태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한 데 반해 이번엔 실제 페트병을 갈아 만든 불규칙한 입자를 적용해 현실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환경과 식품 사슬을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고 봤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산부와 신생아 같은 취약 계층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 있으며, 10㎛ 이하 입자는 세포막을 통과해 순환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이는 체중 대비 미세플라스틱 섭취율이 성인보다 높아 성장과 2차 성장 단계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페트는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의 7.2%를 차지하며 물병과 식품 포장에 주로 쓰인다. 미국 0~5세 아동 대변에서 폴리카보네이트보다 페트가 더 많이 검출돼 어린 시절부터 장기 노출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사춘기 전부터 성인기까지 페트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성숙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정자와 고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최근 연구와 맥락이 같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염증, 신경계·면역계 교란, 호르몬 불균형, 생식 문제 등 다양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험 결과는 페트 미세플라스틱이 정세관과 부고환 발달을 억제하고, 호르몬 불균형과 비정상적 정자 생성을 유발함을 보여준다. 이는 다음 세대 생식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사용 감소와 친환경 대안 개발,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에 대한 대중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