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식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한 조각의 치킨에 담긴 뜻밖의 이야기
2025-02-27 16:05
add remove print link
노예들의 지혜로 탄생한 치킨의 비밀
프라이드 치킨의 유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은 조각낸 닭고기에 튀김옷을 입히고 뜨거운 기름에서 튀겨낸 요리로,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다. 이 음식의 기원은 미국 남부 농장지대에서 시작됐다.
과거 흑인 노예들이 농장에서 일할 당시, 백인들은 닭을 오븐에 구워 먹는 ‘로스트 치킨’을 주로 소비했다. 살이 많은 부위만 사용하고 나머지 날개, 발, 목 부위는 버려졌다. 이에 흑인 노예들은 버려진 닭 부위를 주워 기름에 튀겨 먹기 시작했고, 이것이 프라이드 치킨의 기원이 됐다. 기름에 튀긴 닭은 영양가가 높아 노동을 하는 노예들에게 중요한 식량이었고, 이 조리법이 점차 알려지면서 백인 농장주들의 식탁에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남부 켄터키 주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팔던 커널 샌더스가 1952년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 ‘KFC’를 열면서 프라이드 치킨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한국에서 프라이드 치킨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주둔한 미군들이 현지인들에게 이를 소개하면서부터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 덕분에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1970년대에는 한국 최초의 프라이드 치킨 레스토랑이 설립됐다.
경제 성장이 가속화된 1970년대, 패스트푸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프라이드 치킨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초창기에는 미국식 레시피를 따랐으나, 점차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변화가 ‘이중 튀김’ 방식이다. 한 번 튀긴 후 다시 튀겨 겉은 더욱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만드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의 특징이 확립됐다.
1980~1990년대에는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교촌치킨, BBQ치킨, 본촌치킨 등 다양한 브랜드가 각자의 개성을 담은 메뉴를 선보이며 시장을 장악했다. 이 시기에는 프라이드 치킨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입힌 ‘양념치킨’이 탄생해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 문화가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은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류 열풍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식 치킨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식 치킨 전문점이 등장했다.
각국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변형이 시도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버팔로 소스나 랜치 드레싱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고, 일본에서는 더 가볍고 덜 매운 버전이 주목받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 향신료와 허브를 가미한 레시피가 개발됐다.
특히 바삭한 크런치한 식감의 클래식 프라이드 치킨과 매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양념치킨의 조합은 글로벌 미식가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 그리고 한국 특유의 다양한 소스들이 한식 치킨의 차별화된 매력을 극대화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치킨은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 됐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치맥을 즐기는 장면이 해외 팬들에게까지 인기를 끌면서 한국식 치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또 소셜 미디어에서 푸드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들이 한국 치킨을 소개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미국 남부의 소박한 요리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한 프라이드 치킨은 이제 세계적인 미식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바삭한 식감, 풍미 가득한 소스, 그리고 지속적인 혁신이 어우러져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은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서울에서 뉴욕, 도쿄, 아부다비까지,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은 국경을 초월한 맛의 상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