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 모든 한국 식당서 비표준어로 메뉴 이름이 적혀 있는 한국 해산물
2025-02-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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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면 다행이야'에 등장한 그 한국 해산물


주꾸미는 문어과 주꾸미속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한국에서는 흔히 먹는 두족류 중 하나다.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훨씬 작다. 몸길이는 다리 끝까지 약 24cm 정도이고 맨틀(연체동물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외투막) 길이는 최대 15cm쯤 된다. 주꾸미는 세 번째 다리 시작 부위에 황금색 고리가 있는 까닭에 낙지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다리는 문어와 낙지처럼 8개이며 빨판이 2~4줄로 늘어서 있다. 다리 길이는 몸통의 두 배 정도 된다. 몸에는 둥근 혹 모양 돌기가 빽빽이 나 있고 눈 주위에는 살가시가 몇 개 있다. 문어나 낙지와 식성이 비슷해 물고기나 작은 저서생물을 먹는다. 다만 크기가 작기 때문에 대형 갑각류는 사냥하지 못한다. 색상과 질감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 갈색, 빨간색, 노란색, 흰색 등으로 변할 수 있다. 얼룩덜룩한 패턴이나 반점까지 만들어 위장하거나 의사소통에 활용한다.
주꾸미는 주로 인도양과 태평양의 따뜻한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한다. 한국에선 전 연안에 분포한다. 수심 5~50m의 모래와 자갈 바닥에서 흔히 발견된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일본, 중국, 필리핀 해, 뉴질랜드 연안, 황해 주변에서도 산다. 산호초나 바위가 많은 해안, 해초층 같은 환경을 좋아하며 은신처와 틈새가 있는 곳에서 생활한다. 야행성이라 밤에 주로 활동한다.
한국에서 주꾸미 제철은 보통 봄, 특히 산란기 직전인 3월로 알려졌다. 3월 주꾸미는 머리라 불리는 복부에 투명하고 맑은 알을 가득 품고 있다. 삶으면 내용물이 밥알처럼 익기에 알이 찬 주꾸미는 별미로 여겨진다. 봄 주꾸미가 '밥알 문어’로 불리는 이유다. 산란기는 3~5월이다. 이 시기 알을 밴 주꾸미가 특히 인기가 높다. 다만 가을 주꾸미의 육질과 감칠맛이 더욱 뛰어나다면서 가을이 진짜 제철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봄에는 알 때문에 모체 영양분이 빠져나가 살이 덜 차는 데 반해 가을에는 살이 탱글탱글하고 맛도 깊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들은 주꾸미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다. 가장 흔한 건 매운 고추장 양념에 볶아낸 주꾸미볶음이다. 내장과 먹통을 제거한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통째로 먹기도 한다. 일명 ‘쭈삼’으로 불리는 주꾸미 삼겹살도 별미다. 냉동 삼겹살에 주꾸미와 고추장 양념을 넣어 볶는 요리다.
주꾸미 샤브샤브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끓는 육수에 주꾸미와 채소를 넣어 살짝 데쳐 먹는다. 문어나 오징어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깊다. 머리처럼 보이는 복부를 씹을 때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생주꾸미로는 먹물볶음밥을 만들기도 한다. 주꾸미를 데치기 전 먹물을 빼내 요리가 끝난 냄비에 먹물을 터뜨리고 참기름을 넣어 볶다가 밥과 소금을 추가해 완성한다.
충남 서천군의 동백꽃·주꾸미축제나 보령시 무창포 주꾸미·도다리축제처럼 3월이나 4월에 열리는 지역 축제에서도 주꾸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주꾸미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식용으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황해와 동중국해에서 잡히는 주꾸미를 주로 해산물 요리에 활용한다. 볶음 요리가 주를 이룬다. 간장이나 마늘 소스에 볶아 먹는다. 해산물 스프에 넣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오사카 만 같은 지역에서 잡히며 타코야키나 해산물 구이로 먹는다. 타코야키는 문어를 주로 쓰지만 지역에 따라 주꾸미로 대체하기도 한다. 구이는 간단히 소금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
뉴질랜드나 필리핀에서도 주꾸미가 서식하지만 식용으로 널리 소비되진 않는다. 서양에서는 주꾸미 자체를 따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드물다. 두족류 요리의 재료로는 문어나 오징어가 주를 이룬다. 스페인에서는 문어를 삶아 올리브오일과 파프리카 가루를 뿌린 풀포(풀포 아 라 가예가)를 먹고, 이탈리아에서는 오징어를 튀기거나 파스타에 넣는다. 주꾸미는 이런 요리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주꾸미는 한반도 근해에서 개체수가 많고 번식력이 좋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는 두족류다. 양식은 하지 않고 어획으로만 공급된다. 과거에는 지역 음식이었지만 쭈삼의 인기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주꾸미는 산란을 앞둔 주꾸미가 어두운 곳을 찾아 들어가는 습성을 이용해 소라(피뿔고둥) 껍데기를 이용하거나 그물, 낚시 등으로 잡는다. 이 중에서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잡은 주꾸미를 최고로 친다. 알이 꽉 찬 데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상처도 없어 상품성이 뛰어나다.
문제는 봄철 산란기에 알이 꽉 찬 주꾸미를 대량 포획하면서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금어기(5월 11일~8월 31일)를 두고 말이 많다. 소비가 집중되는 봄이 아닌 까닭에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있다. 산란기인 봄을 금어기로 바꾸고 가을 주꾸미를 홍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주꾸미는 영양 면에서도 주목받는다. 타우린이 특히 많이 포함돼 있다. 100g당 1305mg이나 들어 있다.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 수준이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으며 철, 아연, 셀레늄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 B12도 포함돼 있다.
주꾸미를 쭈꾸미라고 흔히들 부르지만 틀린 말이다. 맞춤법상 주꾸미가 표준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수많은 쭈꾸미 식당은 모두 맞춤법에 많지 않는 단어를 메뉴판에 적어둔 셈이다. 심지어 가게 이름에마저 주꾸미 대신 쭈꾸미를 사용한다. 다만 비표준어였던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것처럼 쭈꾸미 역시 표준어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겐 주꾸미보다는 쭈꾸미가 표준어로 어울린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인의 매운맛에 대한 사랑은 평범함을 넘어선다. 그리고 주꾸미보다는 쭈꾸미가 한국인의 매운맛에 대한 사랑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쭈꾸미는 'ㅉ'이라는 쌍자음을 사용하는 까닭에 주꾸미보다 더욱 강렬하고 톡톡 튀는 느낌을 준다. 매운맛이 혀를 톡톡 쏘는 듯한 느낌을 연상시키는 쭈꾸미는 주꾸미보다 한국인의 매운 맛에 대한 애정을 더욱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언어학적으로도 'ㅉ'는 혀가 입천장에 더 강하게 닿아 더 큰 소리가 나는 까닭에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주꾸미는 부드럽고 순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