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흔적을 따라… 3·1절에 가볼 만한 역사 산책 코스

2025-02-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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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등 송진 강제 채취 흔적
강릉 금진리 일대 산책로 조성

강릉에 새로운 산책길이 조성돼 눈길을 끈다. 3·1절 106주년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일본이 송진 채취를 위해 혹사한 소나무들을 기억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한국여성수련원이 있는 강릉 옥계면 일대 소나무들의 모습. 일제가 송진을 강제 채취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껍질을 벗긴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수련원 측은 일제 수탈 상흔의 소나무를 기억하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 한국여성수련원 제공
한국여성수련원이 있는 강릉 옥계면 일대 소나무들의 모습. 일제가 송진을 강제 채취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껍질을 벗긴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수련원 측은 일제 수탈 상흔의 소나무를 기억하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 한국여성수련원 제공

한국여성수련원(원장 함영이)은 27일 강릉 옥계면 금진리 일대에 새로운 산책길을 개통한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 소나무들의 껍질을 벗겨 송진을 강제로 채취했던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다. 특히 강릉 옥계면 일대도 큰 피해를 입었으며, 여전히 그 상처가 남아 있다.

이번 산책 코스는 단순한 자연 탐방로가 아니다. 방문객들에게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강제 송진 채취로 인해 고통받았던 소나무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장소다. 지금도 100년 전 일본이 만든 V자 모양의 칼자국과 벗겨진 나무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참혹했던 흔적을 보여준다. 일부 나무들은 휘어졌거나 말라 죽기도 했다.

수련원 측은 산책로를 따라 안내문을 설치해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 방문객들은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한편, 자연 속에 남겨진 역사의 상처를 되새길 수 있다.

산책 코스는 네 가지로 구성됐다. 수련원을 출발점으로 ‘아침길(1.2㎞)’, ‘점심길(1.8㎞)’, ‘저녁길(800m)’, ‘하룻길(3㎞)’로 나뉘어 있어 방문객들은 원하는 시간대와 거리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점심길을 선택하면 강릉 금진해변까지 걸어가 볼 수도 있다. 이 길들은 ‘수련원의 하루’라는 이름으로 묶여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산책길 개통식에서는 환경 정화 활동도 함께 진행된다. 한국여성수련원 직원들은 길 주변을 정리하는 '플로깅' 행사를 열 예정이며, 방문객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산책길을 걸으며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세 개 이상의 코스를 완주하면 기념품이 제공된다.

다가오는 3·1절 연휴 동안 강릉 옥계와 수련원을 찾는 방문객들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우리 역사 속 깊은 상처를 마주하고 보듬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함영이 한국여성수련원 원장은 "소나무들이 겪었던 고통을 기억하고, 그들의 회복력과 생명력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 산책길에서 역사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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