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물 먹은 뒤 코피 흘리며 48시간 내에 사망... 발병자 431명 중 53명 숨져
2025-02-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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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12.3%' 의문의 질병 확산하는 나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콩고 북서부 지역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사무소가 지난 15일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총 431명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이 중 53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이 무려 12.3%에 이르는 셈이다. 감염자들은 고열과 구토, 근육통, 설사 같은 증상을 보였다. 사망자의 대다수는 증상 발현 후 48시간 내에 숨졌다.
이번 전염병은 지난달 박쥐를 먹은 어린이 3명이 사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숨진 아이들은 코피를 흘리며 피를 토하다가 죽었다.
현지 매체 ‘라디오 오카피’는 이 지역 주민들이 박쥐 고기를 자주 먹는 풍습이 있다고 전하며 현지 보건 당국이 야생동물 섭취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박쥐는 에볼라와 마버그열 같은 출혈열 바이러스의 숙주로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를 유발한 바이러스의 기원도 박쥐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조사팀이 환자 18명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이번 발병은 에볼라나 마버그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WHO는 “이 병의 원인을 밝히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북서부 지역의 열악한 보건 환경 때문에 확산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콩고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발병지 마을들은 의료 인력과 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WHO는 긴급 의료팀을 파견했지만 도로 사정이 나빠 병원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기본적인 위생 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감염 통제가 더 힘들다고 한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은 민주군사동맹(ADF)을 포함한 100여 개 무장단체로 인해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다. 이번 전염병이 발생한 북서부는 반군 활동이 집중된 동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NYT는 내전으로 이미 혼란에 빠진 나라에 전염병까지 덮치면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디오 오카피’도 북서부 주민들이 전쟁과 질병에 이중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콩고 남서부에서는 독감과 유사한 미확인 질병이 발생해 수백 명이 감염된 바 있다. 당시 보건 당국은 병원체를 특정하지 못해 대응에 애를 먹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서부 발병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콩고의 드넓은 열대 우림은 미지의 병원체가 출현하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WHO와 콩고 정부는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콩고공화국>
아프리카 대륙 중부에는 이름 때문에 혼란을 일으키는 두 나라 콩고민주공화국과 콩고공화국이 있다. 두 나라는 역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두 나라 모두 콩고강 유역에 위치해 있으며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한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은 벨기에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도 있어 콩고공화국보다 더 복잡한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차이는 두 나라의 정치 체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오랜 기간 독재와 내전에 시달렸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 발발한 제2차 콩고 내전은 주변국까지 개입된 아프리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내전은 콩고민주공화국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현재까지도 정치적 불안정과 빈곤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콩고공화국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유지해왔다.
경제적으로도 두 나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구리, 코발트, 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부패로 인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콩고공화국은 석유 자원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콩고민주공화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