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향으로 만들어졌는데 중국요리 아니다... 한국 대표하는 음식이 된 요리
2025-03-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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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부터 레시피까지 짬뽕의 모든 것
짬뽕의 역사는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정착한 중국 산둥 지역 화교들이 씨앗을 뿌렸다. 원래 중국엔 차오마몐(炒码面)이란 볶은 고기와 채소를 면에 얹은 요리가 있었는데, 한국에선 이것이 국물 요리로 변형됐다. 1880년대 후반 인천에서 화교들이 값싼 재료로 노동자들에게 빠르게 내놓을 음식을 고민하며 짬뽕의 초형이 만들어졌다.
초기엔 맑은 국물에 실고추를 얹은 형태로 초마면으로 불렸다. 백짬뽕과 비슷했다. 그러다 1960년대까지 이런 스타일이 이어졌고, 1970년대 매운 음식 열풍이 불며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은 붉은 짬뽕이 등장했다. 군산 화교들이 이 변화를 주도했다는 증언이 있다. 1972년 군산의 한 중국집에서 짬뽕이란 이름이 메뉴에 처음 올라갔고, 1974년엔 메뉴판에서 초마면을 완전히 대체했다. 1980~90년대에 이르러 전국으로 퍼지며 한국식 짬뽕이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짜장면과 중화우동을 제치고 중화요리 대표 메뉴로 떠올랐다. 짬뽕이란 이름은 일본어 참폰(ちゃんぽん)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나가사키에서 중국과 일본의 맛이 섞인 국물 요리를 참폰으로 불렸고, 이를 한국 화교들이 받아들여 짬뽕으로 변했다.
한국에서 짬뽕의 인기는 대단하다. 사랑받는 음식을 넘어 문화다. 짜장면과 쌍벽을 이루며 중화요리점의 필수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진다. 2023년 기준 한국엔 약 3만 개 중화요리점이 영업 중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짬뽕을 판다. 연간 소비량은 무려 5억 그릇에 달한다. 국민 1인당 평균 10그릇을 먹는다. 배달 앱 순위에서도 짜장면 바로 뒤를 잇는다. 지역마다 개성을 뽐낸다. 군산에선 짬뽕 페스티벌이 열리고, 부산에선 해산물을 듬뿍 넣은 스타일이 인기다. 서울의 일부 식당은 고추장으로 독특한 맛을 낸다. 식당마다 육수와 재료를 달리하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1990년대 KBS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짜장면은 싫어, 난 짬뽕!”이란 대사가 유행하며 짬뽕의 위상이 더 올라갔다.
중국에 짬뽕이 있을까? 놀랍게도 한국식 짬뽕은 없다. 중국엔 비슷한 국물 요리인 탕몐(汤面)이 있지만, 한국 짬뽕처럼 매운 고추기름과 진한 육수가 특징인 요리는 찾기 어렵다. 중국의 차오마몐은 볶음면에 가까워 국물이 거의 없고, 지역별로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한국의 붉고 얼큰한 짬뽕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인들이 한국 짬뽕을 먹고 낯설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짬뽕이 중국에 없는 건 한국 화교들이 현지 입맛에 맞춰 새롭게 창조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독창적인 메뉴다.
짬뽕의 영양은 어떨까. 한 그릇(약 800g)에 600~800kcal로, 면과 국물의 탄수화물이 주를 이룬다. 해물이나 고기가 들어가 단백질이 있지만, 채소의 양이 많지 않아 균형 잡힌 식사라 보긴 어렵다. 고추기름과 매운맛 덕에 체온을 올리고 땀을 내게 해 감기 예방에 좋다는 속설도 있다. 나트륨 함량은 높은 편이라 과식은 주의해야 한다. 한 그릇에 평균 4000mg 들었다. WHO 하루 권장량(2000mg)의 두 배를 넘는다. 그래도 칼칼한 맛과 포만감 덕에 한국인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한 끼다. 최근엔 건강을 생각해 저염 육수나 잡곡 면을 쓰는 변주도 생겼다.
최근엔 건강을 생각한 변주가 늘었다. 저염 육수를 쓰거나 잡곡 면으로 칼로리와 나트륨을 줄이는 식이다. 채소를 더 넣거나 고기를 빼는 식당도 생겼다. 짬뽕의 변주는 끝이 없다. 기본 해물짬뽕 외에 고기짬뽕, 고추짬뽕이 인기다. 백짬뽕은 맑은 국물로 매운맛을 줄이고, 불짬뽕은 매운맛을 극대화한다. 짬뽕밥은 면 대신 밥을 넣어 색다른 식감을 준다. 지역마다 개성이 넘친다. 부산에선 홍합과 오징어를 아낌없이 넣고, 서울 일부 식당에선 고추장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군산에선 해물과 고기를 섞은 스타일이 대세다. 냉짬뽕은 여름철 시원하게 즐기는 변형이고, 볶음짬뽕은 국물을 줄여 새로운 맛을 낸다. 김치짬뽕처럼 김치를 추가한 곳도 있다. 황제짬뽕은 해물을 산더미처럼 쌓아 화려함을 뽐낸다. 이처럼 짬뽕의 매력은 끝없는 변신과 대중성에 있다. 매운맛 강도를 조절하거나 재료를 바꿔 누구나 자신만의 짬뽕을 만들 수 있다. 집에서도 식당 맛을 흉내 낼 수 있어 요리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하다. 세 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
고기짬뽕부터 시작해보자. 먼저 돼지고기(목살 150g)를 얇게 썰어 간장과 후추로 밑간한다. 냄비에 식용유 2스푼을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양파(반 개)와 대파(10cm)를 썰어 넣는다. 물 700ml를 붓고 끓이다가 치킨스톡(1티스푼)과 고춧가루(2스푼), 고추기름(1스푼)을 넣어 육수를 낸다.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 맞춘다. 중화면(1인분)을 삶아 건져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부은 뒤 고기를 얹는다. 청양고추(1개)를 썰어 올리면 완성한다.
다음은 해물짬뽕이다. 오징어(1마리)와 홍합(100g)을 손질해 준비한다. 냄비에 기름 2스푼을 두르고 마늘(3쪽)과 생강(1톨)을 볶다가 양배추(100g), 양파(반 개), 당근(50g)을 넣어 센 불에 볶는다. 물 800ml를 붓고 끓으면 고춧가루(3스푼), 고추기름(2스푼), 굴 소스(1스푼)를 넣는다. 해물을 투하하고 3분 정도 끓인 뒤 삶은 중화면(1인분)을 그릇에 담아 국물을 부어 완성한다. 파를 송송 썰어 뿌리면 맛이 더 산다.
고추짬뽕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돼지고기(100g)를 볶다가 청양고추(2개)와 홍고추(1개)를 썰어 넣는다. 물 700ml를 붓고 고춧가루(4스푼), 고추기름(2스푼), 두반장(1스푼)을 섞어 육수를 낸다. 불맛을 위해 토치로 고추를 살짝 굽거나 불판에 볶아도 좋다. 면을 삶아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고, 깨소금을 뿌려 마무리한다. 매운맛 강도는 청양고추의 개수와 고춧가루 양으로 조절 가능하다.
짬뽕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 뻗고 있다. K-푸드 열풍 속에서 짜장면과 함께 외국인들에게 소개되고,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엔 짬뽕 먹방이 넘친다.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동남아나 서양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한국식 중화요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짬뽕은 단순한 국물 요리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요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