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인데... 이제는 한국이 전세계로 수출하는 식재료
2025-02-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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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물면 밍밍한데 자꾸 손이 가는 겨울 별미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면 길거리 포장마차 앞에 서서 뜨거운 어묵 국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퍼지는 고소한 냄새만으로도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하지만 정작 한입 베어 물면 밍밍하니 큰 맛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간다. 대체 무슨 마력이 있길래 그럴까.
'겨울' 하면 떠오르는 간식거리로는 붕어빵, 군고구마, 호떡, 호빵 등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따끈한 어묵을 최고로 치는 이들이 많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는 어묵꼬치야말로 겨울철 별미 중의 별미다.
한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로 꼽히며 떡볶이, 순대, 튀김 등과 경쟁과 협동을 함께 하는 숙명적 라이벌 관계다. 보통 파, 참기름 등으로 양념 된 짭조름한 간장에 찍어 먹는다. 한 꼬챙이에 보통 1000원, 가격까지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다른 분식 음식에 비해 어묵이 특별한 점은 따끈한 국물을 별도로, 그것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묵은 으깬 생선 살 및 뼈와 내장, 전분 혹은 밀가루, 쌀가루를 뭉쳐서 열을 가해 묵처럼 굳혀 만든 어육 가공식품을 말한다. 한국에서 먹는 어묵은 일본의 '카마보코'에서 유래했다.
일본어 '오뎅'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물에 넣고 끓이는 국물 요리를 가리키는 명칭이었으나, 한국어로 유입되면서 어묵의 동의어로 의미가 와전됐다. 일본에서는 딱히 어묵이 들어가야만 오뎅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쇠심줄과 무, 삶은 계란만 들어가고 어묵이 안 들어가는 오뎅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오뎅 대신 표준어인 어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춘천 닭갈비, 밀양 국밥, 흑산도 홍어, 진주 냉면처럼 어묵은 일본과 가까운 부산이 유명하다.
옛날에는 부산 어묵과 타 지역 어묵의 편차가 심했다. 부산 사람이 외지에서 물에 불어터진 어묵을 보고 '이기 어묵이가' 하며 한번 놀라고, 그 불어터진 어묵이 맛있다는 사람들을 보고 또 놀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편의점에서도 어묵을 판매한다. 깔끔한 매장 내에서 먹을 수 있고, 간장도 1회용 포장으로 된 것을 주기에 나름 인기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편의점 어묵이라는 것을 생소한 상품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포장마차와 달리 24시간 영업이기에 상품 회전율이 불분명해 품질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어묵은 변신의 귀재이기도 하다. 단순한 간식을 넘어,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음식이다.
떡볶이 속 매콤한 감칠맛을 담당하며, 국물 요리에 빠지면 섭섭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밥반찬으로도 '단짠'의 조화로운 맛을 선사한다.

국내 시장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어묵, 이제는 해외에서도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수십여개국에 수출되는 등 'K-푸드'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했다.
‘피시 케이크(Fish Cake)'라 부르는 외국인들에게 어묵의 식감은 어떨까. "생선으로 만든 소시지 같다", "스펀지처럼 부드러운데 씹을수록 쫀득하다", "살짝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등 긍정적인 평들이 나온다.
사실 어묵과 비슷한 음식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일본의 ‘가마보코’, 중국의 ‘위완(魚丸)’, 동남아의 ‘피쉬볼’ 등.
하지만 한국식 어묵은 얇고 부드러운 식감과 다양한 양념 덕분에 더욱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짭조름한 간장양념까지 더해지면 중독성이 강해 한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에는 어묵 핫도그, 어묵 샌드위치, 어묵 김밥 등 창의적인 퓨전 요리까지 등장하며 글로벌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