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고향 신안 하의도 '천사상' 설치한 조각가...알고보니 사기꾼
2025-02-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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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은 필리핀과 중국의 조각 공원에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나
자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상(聖像) 조각가라고 속인 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고향 전남 신안 하의도와 경북 청도 등에 조각상을 설치하고 수십억 원을 챙긴 7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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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 어재원)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모(71)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최 씨는 2022년 11월 30일 경북 청도군 공무원들에게 자신이 파리 7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에서 교수를 지낸 세계적인 조각가라고 속인 뒤 이듬해 5∼6월 중국산 조각상 18점과 철제 상징물 2점을 납품해 청도군으로부터 2억 9700만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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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를 ‘평화의 섬, 천사의 섬’으로 꾸미겠다면서 신안군 공무원들에게 접근했다. 신안군은 최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하의도에 19억원을 투입해 천사 조각상 등 총 318점의 조각상을 설치했다. 당시 박우량 신안군수는 최 씨에게 명예군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안군에 설치된 조각상 또한 필리핀과 중국의 조각공원에서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최 씨의 작품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성당, 김대건 신부 묘소 등에도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으며 그가 내세운 학력과 경력은 모두 가짜였다. 그는 10대 초반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의 철공소와 목공소에서 일했으며,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상습 사기 죄 등으로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그가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던 1992년에는 청송보호감호소에 복역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청도군수와 청도군 담당 공무원들에게 자기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알린 바 범행 수법이 대담하다”며 “피해를 회복하거나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단 전남 신안군에 대한 사기에 대해선 “계약 체결 진행 과정에서 허위로 학력이나 경력을 고지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경력, 학력 등 내용이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판결 이후 신안군은 천사상 표지석을 철거했으며, 조각상 존치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주민은 “사기꾼이 만든 조각상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주민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안군은 현재 검찰의 항소 여부를 지켜보며, 주민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최 씨의 경력을 보고 조각상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