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 '이승만'이 가사에 들어갔는데... 빌보드 차트 1위 기록한 노래
2025-02-25 15:25
add remove print link
세계적 팝스타 빌리 조엘이 부른 '위 디든트 스타트 더 파이어'
빌리 조엘은 1949년 5월 9일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다.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펼쳤다. ‘피아노 맨(Piano Man)’,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 ‘업타운 걸(Uptown Girl)’과 같은 히트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음악은 팝과 록을 넘나들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가사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대중가수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 ‘위 디든트 스타트 더 파이어(We Didn’t Start the Fire)’는 이런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난 곡이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빠르게 나열하며 20세기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위 디든트 스타트 더 파이어’는 빌리 조엘이 1989년 발매한 11집 앨범 ‘스톰 프런트(Storm Front)’의 2번 트랙으로 수록됐다. 발표하자마자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 연말 차트 35위, 1958~2018년 올타임 차트에서 354위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네 차례 등장한다. 빌리 조엘이 20세기 중반 한반도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중요하게 다뤘다는 걸 알 수 있다. 노래가 탄생한 배경이 흥미롭다. 빌리 조엘이 21세였던 청년과 대화하다 청년으로부터 “베이비붐 세대는 별 고생 없이 살았지만, 우리 세대는 베트남 전쟁과 마약 같은 사건들로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빌리 조엘은 “한국 전쟁이나 수에즈 운하 위기도 모르냐”며 반박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현대사에 무지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1949년생인 빌리 조엘은 1950~6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내며 6·25 전쟁, 쿠바 미사일 위기 같은 세계적 사건을 통과했다. 그는 자신의 세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노래로 정리해 역사 의식을 환기하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위 디든트 스타트 더 파이어’는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약 40년간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담은 독특한 곡이 됐다. 미국 중심으로 쓰였다곤 해도 세계사적 맥락까지 포함해 단순한 팝송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래엔 총 119개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를 아우른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이 가사를 역사 수업에서 분석할 정도로 교육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는 빌리 조엘의 다른 히트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들을 만한 곡이다. 한국 관련 내용이 네 번이나 등장한다는 점에선 더욱 그렇다.
가사에서 한국과 관련된 키워드는 ‘노스 코리아(North Korea)’,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 ‘판문점(Panmunjom)’, ‘이승만(Syngman Rhee)’이다. 먼저 북한과 남한을 가사에 담은 것은 남북 분단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는 냉전의 전선이 됐다.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미국이 깊이 개입했다. 해당 전쟁이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에 가사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가사에 판문점이 담긴 이유는 1953년 휴전 협상이 이뤄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유엔군 측과 북한 및 중국군 측이 휴전 협정을 체결하며 한반도 전쟁이 일단락됐다. 이후 판문점은 남북 대치의 상징적 공간으로 남았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사에 담긴 이유는 뭘까. 그는 6·25 전쟁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아 나라를 이끌었지만 1960년 4·19 혁명으로 하야한 뒤 하와이로 망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자체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일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빌리 조엘의 노래에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네 번이나 등장한 이유는 분명하다. 1950년대 한반도는 미국의 외교와 군사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6·25 전쟁은 미국이 냉전 체제에서 소련과 맞서며 아시아에서 벌인 첫 대규모 전쟁이었다. 수십만 명의 미군이 참전했다. 이후 베트남 전쟁이 더 큰 주목을 받으며 6·25 전쟁은 ‘잊힌 전쟁’으로 불리게 됐다. 빌리 조엘은 어린 시절 6·25 전쟁의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기에 한반도와 관련한 일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가사에는 한국 외에도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나 미키 맨틀 같은 인물은 빌리 조엘의 야구 사랑을 보여주고, 당시 미국에서 야구가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를 나타낸다. 권투 선수 슈거 레이 로빈슨이나 록키 마르시아노도 나오는데, 이는 조엘이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반영한 결과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1989년 중국 천안문 항쟁 등과 같은 국제적 사건도 포함돼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다뤘다.
‘위 디든트 스타트 더 파이어’는 방송과 미디어에서 자주 패러디될 정도로 대중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9년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서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 개봉을 맞아 마블 영화 역사를 담은 버전을 선보였다. 2023년 폴 아웃 보이는 1989년 이후 사건들로 가사를 개사한 커버곡을 내놓기도 했다.
정작 빌리 조엘은 ‘위 디든트 스타트 더 파이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멜로디가 단조롭고 가사가 너무 나열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거나 말거나 역사적 타임캡슐과도 같은 노래라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We Didn’t Start the Fire’ 가사 전문
Harry Truman, Doris Day, Red China, Johnnie Ray
South Pacific, Walter Winchell, Joe DiMaggio
Joe McCarthy, Richard Nixon, Studebaker, television
North Korea, South Korea, Marilyn Monroe
Rosenbergs, H-bomb, Sugar Ray, Panmunjom
Brando, "The King and I", and "The Catcher in the Rye"
Eisenhower, vaccine, England’s got a new queen
Marciano, Liberace, Santayana goodbye
We didn’t start the fire
It was always burning since the world’s been turning
We didn’t start the fire
No, we didn’t light it, but we tried to fight it
Joseph Stalin, Malenkov, Nasser and Prokofiev
Rockefeller, Campanella, Communist Bloc
Roy Cohn, Juan Peron, Toscanini, Dacron
Dien Bien Phu falls, "Rock Around the Clock"
Einstein, James Dean, Brooklyn’s got a winning team
Davy Crockett, Peter Pan, Elvis Presley, Disneyland
Bardot, Budapest, Alabama, Krushchev
Princess Grace, Peyton Place, trouble in the Suez
We didn’t start the fire
It was always burning since the world’s been turning
We didn’t start the fire
No, we didn’t light it, but we tried to fight it
Little Rock, Pasternak, Mickey Mantle, Kerouac
Sputnik, Chou En-Lai, "Bridge on the River Kwai"
Lebanon, Charles de Gaulle, California baseball
Starkweather homicide, children of Thalidomide
Buddy Holly, Ben Hur, space monkey, Mafia
Hula hoops, Castro, Edsel is a no-go
U-2, Syngman Rhee, payola and Kennedy
Chubby Checker, Psycho, Belgians in the Congo
We didn’t start the fire
It was always burning since the world’s been turning
We didn’t start the fire
No, we didn’t light it, but we tried to fight it
Hemingway, Eichmann, "Stranger in a Strange Land"
Dylan, Berlin, Bay of Pigs invasion
"Lawrence of Arabia", British Beatlemania
Ole Miss, John Glenn, Liston beats Patterson
Pope Paul, Malcolm X, British politician sex
JFK blown away, what else do I have to say
We didn’t start the fire
It was always burning since the world’s been turning
We didn’t start the fire
No, we didn’t light it, but we tried to fight it
Birth control, Ho Chi Minh, Richard Nixon back again
Moonshot, Woodstock, Watergate, punk rock
Begin, Reagan, Palestine, terror on the airline
Ayatollah’s in Iran, Russians in Afghanistan
"Wheel of Fortune", Sally Ride, heavy metal suicide
Foreign debts, homeless vets, AIDS, crack, Bernie Goetz
Hypodermics on the shore, China’s under martial law
Rock and roller cola wars, I can’t take it anymore
We didn’t start the fire
It was always burning since the world’s been turning
We didn’t start the fire
But when we are gone, it will still burn on, and on, and on, and on
‘We Didn’t Start the Fire’
한국어 해석
해리 트루먼, 도리스 데이, 붉은 중국, 조니 레이
남태평양, 월터 윈첼, 조 디마지오
조 매카시, 리처드 닉슨, 스튜드베이커, 텔레비전
북한, 남한, 마릴린 먼로
로젠버그 부부, 수소폭탄, 슈거 레이, 판문점
브란도, "왕과 나", "호밀밭의 파수꾼"
아이젠하워, 백신, 영국에 새 여왕
마르시아노, 리베라체, 산타야나 안녕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세상이 돌면서 늘 타오르던 거야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우리가 붙인 게 아니지만 맞서려 했네
조셉 스탈린, 말렌코프, 나세르와 프로코피예프
록펠러, 캄파넬라, 공산주의 블록
로이 콘, 후안 페론, 토스카니니, 다크론
디엔비엔푸 함락, "락 어라운드 더 클락"
아인슈타인, 제임스 딘, 브루클린 승리팀
데비 크로켓, 피터 팬, 엘비스 프레슬리, 디즈니랜드
바르도, 부다페스트, 앨라배마, 흐루쇼프
프린세스 그레이스, 페이튼 플레이스, 수에즈 문제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세상이 돌면서 늘 타오르던 거야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우리가 붙인 게 아니지만 맞서려 했네
리틀록, 파스테르나크, 미키 맨틀, 케루악
스푸트니크, 주은래, "콰이 강의 다리"
레바논, 샤를 드골, 캘리포니아 야구
스타크웨더 살인, 탈리도마이드 아이들
버디 홀리, 벤허, 우주 원숭이, 마피아
훌라후프, 카스트로, 에드셀 실패
U-2, 이승만, 페이올라와 케네디
처비 체커, 사이코, 콩고의 벨기에인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세상이 돌면서 늘 타오르던 거야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우리가 붙인 게 아니지만 맞서려 했네
헤밍웨이, 아이히만, "낯선 땅의 낯선 사람"
딜런, 베를린, 피그만 침공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국 비틀 열풍
올 미스, 존 글렌, 리스턴이 패터슨 이겼네
교황 바오로, 말콤 X, 영국 정치인 섹스
JFK 암살, 더 할 말 뭐가 있나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세상이 돌면서 늘 타오르던 거야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우리가 붙인 게 아니지만 맞서려 했네
피임약, 호치민, 리처드 닉슨 다시 등장
달 착륙, 우드스탁, 워터게이트, 펑크 록
비긴, 레이건, 팔레스타인, 항공기 테러
이란의 아야톨라, 아프간의 러시아
"포춘의 수레바퀴", 샐리 라이드, 헤비메탈 자살
외채, 노숙 참전용사, 에이즈, 크랙, 버니 게츠
해변의 주사기, 중국 계엄령
락과 롤러 콜라 전쟁, 더는 못 참겠네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세상이 돌면서 늘 타오르던 거야
우린 불을 지피지 않았네
우리가 떠나도 계속 타오를 거야, 또 또 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