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 일본만 웃었다…국내 여행은 '빨간불'
2025-02-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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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인사이트, 1월 국내여행 지표 추이 분석
6일간의 연휴(최장 9일)에도 여행 지표 폭락
정부가 지난 1월 설 연휴를 맞아 시행한 ‘임시공휴일’이 국내 여행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려던 취지와 달리 해외여행 수요만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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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5일 발표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로 반짝 호황을 누렸던 국내 여행산업이 다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지 관심도 ▲여행 계획률 ▲여행 경험률 ▲여행비 지출 의향 ▲여행비 지출액 등 주요 지표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먼저, 국내 여행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는 올해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p) 감소한 80p를 기록했다.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33.2%에 그쳤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됐던 2022년에는 관심도가 113p에 달하고, 관심 증가 응답률도 47%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감소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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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여행계획률’도 93p로, 전년 동월 대비 8p 하락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무려 17p가 줄었다. 국내 여행을 하면서 돈을 쓸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여행비 지출의향’ 역시 79p로, 전년 대비 34p나 감소했다. 2022년 기록했던 135p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실제 여행 실행률도 줄었다. 최근 3개월 내 국내 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한 ‘여행경험률’은 95p로, 전년 대비 7p 하락했다. 국내 여행에서 1인당 지출한 평균 금액도 지난해 116만 원에서 올해 113만 원으로 3만 원 감소했다. 다만, 여행비 지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여행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 감소 효과가 상쇄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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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년간 국내 여행비 지출 계획에서도 부정적인 흐름이 감지됐다. 국내 여행에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6.3%에 불과했으며, 반대로 덜 쓰겠다는 응답이 29%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여행 지출 축소 응답이 증가한 사례다.
반면,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설 연휴에 맞춰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해외여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기관 관계자는 “경기 침체,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었음에도 긴 연휴가 해외여행 증가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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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선호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출국자 수는 2019년 대비 97%까지 회복됐으며,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97만 9042명으로, 같은 기간 일본을 떠난 자국민보다 많았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국내 여행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여행 소비 패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는 극도로 예산을 아끼면서도 해외여행에는 많은 돈을 쓰는 소비 경향이 문제”라며 “국내 여행산업이 침체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호와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행소비자지표를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2022년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