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고관세 정책으로 발등에 불 떨어진 애플, 초강수 계획 발표
2025-02-2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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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들은 관세를 피하고 싶어 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애플(Apple)이 향후 4년간 미국 내 714조 원(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동시에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관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24일(이하 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엔 ▲텍사스주 휴스턴에 신규 공장 건설 ▲첨단 제조 기금(Advanced Manufacturing Fund) 두 배 확대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가속화 ▲미국 내 일자리 2만 개 창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미국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게 돼 기쁘다"며 "미국 혁신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다양한 기업 및 인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이후 나온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아이폰(iPhone)과 맥북(MacBook) 등 주요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애플로서는 관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모임에서 "팀 쿡 CEO가 백악관을 방문해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며 "애플이 멕시코에 있는 두 개의 공장을 중단하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관세를 피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3년 기준 애플의 주요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에 집중돼 있다. 폭스콘(Foxconn)과 BYD 등 중국 제조업체가 애플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완전히 전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의 이번 발표는 과거 테슬라(Tesla)의 미국 내 투자 확대 전략과 유사한 행보로 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CEO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텍사스와 네바다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애플 역시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 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계속될 경우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애플의 투자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