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에서 대부분 양식되는데... 특이하게도 경상도 사람들만 먹는다는 생선

2025-03-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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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의 제왕으로 불리는 생선

향어회 / 연합뉴스
향어회 / 연합뉴스

전라도가 키우고 경상도에서 대부분 소비하는 물고기가 있다. 향어다. 민물고기로는 드물게 회로 즐겨도 안전하다는 향어에 대해 알아봤다.

향어 / 일타쿠마 유튜브 영상 캡처
향어 / 일타쿠마 유튜브 영상 캡처

향어는 원래 한국 고유의 어종이 아니다. 1970년대 국민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도입된 어종이다. 원래 명칭은 '이스라엘 잉어'였다. 하지만 부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향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향어는 독일에서 개량된 가죽 잉어와 이스라엘 토종 잉어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몸 색깔은 검푸른 빛을 띠며, 등 쪽과 배 쪽의 색 차이가 뚜렷하다. 또한 향어는 등지느러미 아래 부분에만 비늘이 있다. 비늘이 거의 없거나 일부만 남아 있기에 손질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율법상 독일산 가죽잉어처럼 비늘이 없는 생선은 먹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스라엘 잉어는 비늘이 많아 손질이 불편하다. 이 때문에 등지느러미 아래 부분에만 비늘이 있도록 개량한 게 향어라는 믿거나 말거나 식 이야기도 있다.

향어 양식장이 있거나 과거 양식장이 있던 곳, 모종의 이유로 방류된 곳에는 향어와 토종잉어의 잡종(향잉어라고 한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대를 거쳐 교잡이 이뤄진 관계로 향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부터 색깔만 조금 검지 잉어와 전혀 차이가 없는 녀석까지 매우 다양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붕어와의 종간 잡종인 향붕어도 있다.

향어는 수온 20~27도에서 잘 자라는 온수성 어종이다. 주로 물 흐름이 느리고 바닥이 뻘로 된 호수나 하천에서 서식한다. 작은 동물, 조개류, 물벌레 등을 먹는 잡식성이다. 위에 음식을 저장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공복감을 자주 느끼며 많이 먹는 때문에 ‘물속의 돼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1년 만에 15cm 이상 자라고 2년이 지나면 2kg 전후까지 성장한다. 최대 크기는 20kg에 이른다.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향어는 자연산이 거의 없고 대부분 양식산이다.

향어 양식은 주로 전북 지역에서 이뤄진다. 전북이 전국 향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주요 양식장은 전주와 주변 지역에 분포한다. 양식 방식은 주로 지수식 양식이 사용된다. 흙으로 제방을 쌓아 만든 연못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자연에 가까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향어 양식의 중요한 요소는 수온 유지와 산소 공급이다. 양식장에서는 향어가 좋아하는 중성 pH(6.8~7.5)를 유지하고, 산소 공급을 위해 수차를 가동한다. 또한 스트레스 완화와 삼투압 조절을 위해 사료에 소금을 섞어 공급하기도 한다. 치어 시기에는 어체 중량의 8% 정도의 사료를 먹지만, 성장하면서 사료량이 줄어들어 성어가 되면 어체 중량의 3% 정도만 급여된다.

이렇게 전라도에서 주로 키우는 향어는 생산량의 90% 이상이 경상도에서 소비된다. 과거에는 전라도와 수도권에서도 향어를 많이 소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비가 줄어들더니 경상도가 주요 소비 지역이 됐다. 향어를 둘러싼 이러한 특성은 한국 내 지역 간 음식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그런 측면에서 향어는 전라도에서 생산되고 경상도에서 소비되면서 지역 간 식문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향어는 단순한 횟감을 넘어 전라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물고기가 향어다.

경상도에서 향어가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 하면 마산역 인근에는 향어회 골목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경상도에서는 향어회를 먹을 때 크게 썰어 한입 가득 싸 먹는 스타일이 일반적이다. 밀치, 아나고처럼 한입에 넣어 씹어 먹는 것을 선호하는 지역적 특성이 향어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주로 경상도에서만 소비되기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다소 생소한 생선이기도 하다.

향어는 살이 단단하고 지방이 적당히 분포해 식감이 우수하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향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방식은 회다. 향어는 민물고기임에도 회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어종이다. 일반적으로 민물고기는 기생충 감염 위험이 높아 회로 섭취하지 않지만, 향어는 대부분 양식장에서 철저하게 관리되면서 기생충 위험을 줄였다. 양식 과정에서 기생충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수질 관리와 사료 관리를 시행하며, 수온과 환경이 안정적인 조건에서 길러진다. 향어엔 비늘이 없는 대신 몸 표면에 두터운 점막이 있는데, 이 점막에 유미유충을 차단하는 살충 성분이 포함돼 있다.

향어회 / 일타쿠마 유튜브 영상 캡처
향어회 / 일타쿠마 유튜브 영상 캡처

경상도에선 향어회와 얇게 썬 파, 참기름, 깻가루, 다진 마늘, 고추, 산초를 듬뿍 친 초장과 쌈장 등에 향어회를 비벼 먹는다. 이렇게 비빈 향어를 뜨거운 밥과 먹는 것을 흔히 ‘횟밥’이라고 부르는데 지역의 별미다.

조리 시 최고의 장점은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유통 향어는 전량 양식인 까닭에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향어 회를 손질하는 모습. / 마초TV 유튜브 영상 캡처
향어 회를 손질하는 모습. / 마초TV 유튜브 영상 캡처

향어 매운탕도 인기 있는 요리다. 향어 머리와 뼈를 활용하면 깊은 맛을 낸다. 맑은탕과 얼큰한 매운탕으로 즐길 수 있다.

향어를 조리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회로 먹을 경우 반드시 신선한 향어를 사용해야 한다. 향어는 수온이 높아질수록 육질이 무르기 때문에 신선도가 중요하다. 또한 조리할 때 쓸개는 절대 먹어선 안 된다. 급성심부전증을 일으키는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향어를 비롯한 잉어속 어류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다.

향어는 가성비 생선이기도 하다. 식당에서도 3만5000~5만원 정도면 셋이서 향어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겨울 대방어 보다 기름지고 맛있는 생선! 전라도에서 키우고 경상도에서 소비되는 최고의 외래종 직접 먹어보았습니다!'란 제목으로 마초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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