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값 폭등에 포트 녹스 금고 재점검 예고… 음모론 다시 고개
2025-02-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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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든 것이 무사하길 바라지만, 만약 없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트 녹스(Fort Knox)의 금 보유 현황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급등한 금값과 맞물려 포트 녹스의 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이 같은 상황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트 녹스를 방문해 금이 실제로 보관돼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무사하길 바라지만, 만약 금이 없다면 매우 화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트 녹스는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육군 기지로, 이곳에 미국 재무부가 관리하는 금 보유고가 있다. 미 정부는 현재 4583톤(약 620조 원 상당)의 금이 포트 녹스에 보관돼 있다고 공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보유한 금(104.4톤)의 44배에 달하는 규모다.
포트 녹스의 금고는 역사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독립선언서 원본과 헌법 원본이 보관된 적이 있으며, 1959년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이 소설 '골드핑거'(Goldfinger)에서 포트 녹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썼다. 이후 1964년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나 포트 녹스의 금 보유량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정부가 이미 금을 빼돌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1974년 미 재무부는 의회 대표단과 기자들에게 포트 녹스 내부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이후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켄터키 주지사 및 의회 대표단과 함께 포트 녹스를 방문해 "금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포트 녹스의 금 보유량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포트 녹스의 금이 도난당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그 금은 미국인의 재산이며, 아직 그곳에 있기를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포트 녹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는 이유는 최근 금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일 뉴욕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31.1g)당 2954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47% 상승한 수치다.
월가에서도 미국 정부의 금 재평가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금 8133톤(포트 녹스 포함)은 1973년 이후 장부상 온스당 42.22달러로 고정돼 있다. 이를 현 시세로 환산하면 약 78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금 보유량을 재평가해 일부를 매각하고 재정 적자를 메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국부 펀드 설립을 지시했고, 베선트 장관은 "미국 대차대조표의 자산을 화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을 매각해 미 정부 부채를 일부 해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미국의 연간 재정 적자가 1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금을 재평가하더라도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트 녹스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향후 미국 내 금 보유량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을 유난히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번 포트 녹스 이슈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