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생태계 위협종인데... 한국선 1kg에 10만원 넘는 최고급 수산물

2025-02-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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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의 황제’로 불리는 한국 물고기

쏘가리 / 연합뉴스
쏘가리 / 연합뉴스

민물에서 잡히는 물고기 중 가장 비싼 건 황복이다. 1kg에 20만원가량에 거래된다. 다만 황복은 바다와 하천을 오가기에 민물고기라고 할 수 없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다. 그렇다면 민물고기 중 가장 비싼 건 뭘까. 쏘가리다. 1kg에 10만~15만 원에 거래되는 최고급 식재료 쏘가리에 대해 알아봤다.

쏘가리 / 연합뉴스
쏘가리 / 연합뉴스

쏘가리는 희귀성과 뛰어난 맛 덕분에 ‘민물고기의 황제’로 불린다. 쏘가리는 분류학적으로 농어목 꺽지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한국에서는 서·남해로 흐르는 큰 하천의 중상류에 산다. 자갈이 깔리고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맑은 물에 주로 서식한다. 충북 단양이 예로부터 쏘가리 주산지로 유명한 것도 이런 서식환경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청호와 충주호, 의암호, 소양호 등 큰 댐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원래 쏘가리의 서식지였던 하천의 중상류는 오염증가와 남획, 하천 개수 감소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강한 식탐과 포식 습성을 지닌 쏘가리는 내수면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한다. 몸길이가 60cm까지 자라는 대형 물고기인 쏘가리는 주로 어린 물고기나 새우류를 잡아먹는다. 체구에 비해 입이 상대적으로 커서 어지간한 담수 어종은 대부분 잡아먹을 수 있다. 위협을 받으면 등지느러미에 달린 가시를 세운다. 쏘가리라는 이름이 '쏘는 물고기'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다만 독은 없다.

낚시할 때는 주로 가짜 미끼(루어)를 이용해 잡는다. 손맛이 좋고 귀하고 잡기 힘든 물고기라는 상징성과 도전심리 덕에 전문적으로 즐기는 꾼들이 꽤 많다. 쏘가리 전용 루어낚시대와 1000~2000번대 스피닝릴을 사용하고 미노우(루어의 일종) 또는 지그헤드 바늘에 그럽웜(인조미끼의 한 종류)을 달아서 여울을 공략한다.

수요가 많은 데다 몰지각한 이들이 남획한 탓에 개체가 많이 줄었기에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체포금지체장(18cm 미만) 규정이 있다. 또한 산란기에 해당하는 1개월 정도에 금어기(포획을 금지하는 시기)도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5월 1일부터 약 한 달간은 법적으로 포획이 금지된다.

육질과 맛이 뛰어나고 황갈색 바탕에 둥근 갈색 반점 무늬를 갖고 있어 금린어(金鱗魚: 금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로 불렸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이 주관하는 대과에서 장원급제를 한 사람에게 쏘가리를 그린 어해도를 선물하며 '쏘가리가 낚시바늘을 물 듯이 벼슬자리를 물고 놓치지 말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쏘가리의 대표적인 요리법은 단언컨대 매운탕이다. 쏘가리 요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쏘가리 매운탕이다. 쏘가리는 살이 단단하고 쫄깃해 국물 요리에 특히 잘 어울린다. 신선한 쏘가리를 큼직하게 손질한 뒤 시원한 육수에 고춧가루, 된장, 마늘, 생강 등을 넣고 푹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여기에 미나리, 콩나물, 버섯 등을 넣으면 더욱 풍미가 살아난다.

민물고기 회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지만 일부 민물고기 전문점에서는 신선한 쏘가리를 이용한 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쏘가리 회는 살이 단단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비린내가 거의 없어 쏘가리 특유의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 보통 참기름과 소금, 혹은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는다.

쏘가리는 한의학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허로를 보하고 비위를 보하며 장풍으로 하혈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여겨진다. 노인과 어린이의 기력을 돕는 데다 잉어와 함께 대표적인 산후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간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심장마비 억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쏘가리 어미로부터 수정란과 치어를 생산하고 치어를 어미로 키우는 '완전양식기술'은 확보돼 있지만 양식을 통한 생산량은 극히 적다. 강한 공격성을 지녀 치어나 자어 수준부터 살아있는 먹이를 공급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쏘가리를 먹을 때는 어디에서 났는지 잘 살펴야 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쏘가리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내동 쏘가리의 가격은 국내산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에서는 쏘가리를 '계어(鳜鱼)'라고 부르며 오래전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왔다.

특이하게도 일본은 쏘가리를 외래종으로 취급한다. 쏘가리가 원래 일본 담수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마야자키현은 관상용으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는 쏘가리가 급증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쏘가리 방류를 금지하고 살아있는 채로 반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규정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이 적용된다.

한국쏘가리연구소는 사진처럼 쏘가리 양식에 성공했다. / 연합뉴스
한국쏘가리연구소는 사진처럼 쏘가리 양식에 성공했다. / 연합뉴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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