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내렸다는데 1kg에 20만원... 전세계서 한국 강에서만 잡히는 한국 고유 물고기
2025-02-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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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에서 잡히는 모든 물고기 중 가장 비싼 한국 물고기
양쥐돔목 복어아목 참복과에 속하는 어류인 황복은 특이한 물고기다. 바다에서만 서식하는 대부분의 복어와 달리 민물에서도 서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 임진강, 금강에서만 발견되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황복은 바다에서 자라다가 알을 낳으러 강으로 올라온다. 웅어, 연어, 송어, 철갑상어, 황어, 사백어, 칠성장어, 은어, 빙어 등과 함께 바다에서 살다가 강에서 산란하는 소하성 어류다. 반대로 뱀장어, 무태장어, 꺽정이 등은 민물에서 살다가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는 강하성 어류다.
황복의 제철은 산란을 위해 민물을 찾는 4~6월이다. 다만 겨울에 먹어도 여름에 먹는 맛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복은 값이 비싼 복어류 중에서도 최고급 어종으로 꼽힌다. 자연산은 1kg에 2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민물에서 잡히는 모든 물고기 중 가장 비싼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 서식하는 모든 복어 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그나마 어느 정도 잡혀서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게 이 정도다. 황복이 많이 잡히지 않았던 2022년엔 700g짜리 알배기 암컷 한 마리 값이 최고 27만원이나 나가기도 했다.
지자체가 보호종으로 지정해 허가를 받은 어부만 포획할 수 있다. 배 부분에 노란색을 띠고 4~6월에 강으로 올라오는데, 그중 임진강 황복을 첫 번째로 친다. 파주, 적성 주변의 황복이 유명하다. 비싸다고 아무나 잡을 수 없다. 황복은 1996년부터 환경부가 특정 보호 어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허가받은 어부만 포획할 수 있다. 현재도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 일정량 이상의 어획은 금지돼 있다.
황복이 유명한 이유는 귀해서만은 아니다. 맛이 좋다. 주로 복국이나 회로 먹는다. 살은 다른 생선과 달리 닭고기처럼 쫄깃한 맛이 나며, 껍질도 부드러우면서 탱글한 식감이 훌륭하다. 지방이 적어 탕으로 끓이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여러 복어 요리 중 최고로 치는 황복회는 씹히는 식감과 싱그러운 담백함이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은은한 단맛과 향이 압도적이다. 회로 먹을 땐 절대 초장을 찍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황복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황복 회를 즐기는 이들은 간장·고추냉이도 찍지 말고 그냥 먹기를 권한다. 다만 다른 생선회에 비해 감칠맛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담백하기에 처음 맛보는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다. 황복 껍질은 데쳐서 초무침으로 먹는다. 식감이 쫄깃해 별미로 꼽힌다.
다른 복어도 그렇지만 황복의 회 역시 얇게 썬다. 얼굴에 대면 비치고 접시에 깔아 놓으면 접시 색깔이 오롯이 비치는 정도로 썰어야 한다. 생복어 살은 단단하고 질기기에 되도록 얇게 해야 좋은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조금만 두꺼워도 질겨서 맛이 떨어진다.
다만 황복을 먹을 땐 주의해야 한다. 내장과 알, 혈액에 맹독인 테트로도톡신이 포함돼 있다. 황복의 독은 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게 만든다. 중독되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정상적인 신경전달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해 호흡정지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소량만 먹어도 죽을 수 있다. 그래서 복어조리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섭취해야 안전하다. 복어 독은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게 아니라 섭취하는 먹이를 통해서 체내에 축적된다. 양식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을 만들 수 없는 사료를 먹기에 독이 없거나 약하다. 그렇더라도 조리 과정에서 내장의 독소가 침투할 수 있으므로 복어 조리사가 안전하게 손질한 것만 식용해야 한다.
강한 독성 탓에 조선 시대 땐 황복을 먹지 않고 버렸다. 복어 독에 대한 공포가 심했던 때문인지 복어를 먹지 말라는 유언까지 있었다. 실제로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조선시대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선조의 유언으로 복어를 먹지 말라는 경계를 받았으니 어찌 입에 대겠는가. 우리 선조 강계 공께서 유훈을 남겨 자손에게 복어는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라고 적었다. 다만 이규경 역시 같은 책에서 “참된 맛이지만 입에 대면 죽으니, 그 맛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라고 썼을 정도로 복어의 빼어난 맛은 인정했다.
맛이 빼어나니 죽음의 위험과 맞바꾸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실학자 서유구는 “수달은 물고기를 좋아해서 동자개나 자가사리와 같은 크고 작은 물고기를 가리지 않고 즐겨 먹지만 하돈만은 절대 먹지 않으니 독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 목숨을 버려 가면서까지 하돈을 먹는 사람은 사람이면서 수달만도 못한 어리석은 자들이다”라고 개탄했다. 서유구가 말한 하돈이 바로 황복이다. 황복은 배를 부풀린 모양이 돼지를 닮아 하돈(河豚: 하천의 돼지)으로 불렸다.
황복은 임진강과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 파주, 김포, 고양, 인천 강화에서 집중적으로 잡힌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알을 낳으려고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리고 바닷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류의 자갈 깔린 여울목을 찾아 알을 낳는다. 부화한 치어는 2개월간 강에 머물다가 바다로 가 어린 물고기, 새우, 게, 패류 등을 먹고 3년가량 살다가 강으로 회유한다. 큰것은 45c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복의 개체수는 한때 급격히 줄었다. 지자체들이 꾸준하게 치어를 방류해 효과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다.
황복은 양식이 어려운 물고기다. 성장 속도가 느려 채산성이 낮은 데다 양식 기술도 까다롭지 못해 충분한 양이 출하되지 못한다. 그래서 양식 황복도 싸진 않다. 자연산의 절반 가격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