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감염원…필리핀 여행갈 예정이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
2025-02-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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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공포, 현금 건 모기 사냥꾼들이 나섰다
모기 잡고 커피 한 잔? 필리핀의 이색 방역 전략
필리핀에서 뎅기열이 급증해 비상이 걸렸다.
필리핀에서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인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면서 모기를 잡아오면 현상금을 지급하는 이색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보건부는 이번달 초 기준 전국에서 확인된 뎅기열 감염 사례가 2만8234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도 마닐라 인근 케손시티에서는 1,769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0명이 사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시 당국이 뎅기열 발병 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최근 9개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뎅기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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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마닐라 인근 만달루용시의 애디션 힐스 지역에서는 모기를 잡아오면 5마리당 1페소(약 25원)를 지급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인구 10만 명 이상이 거주하며, 기존에도 하천 정비와 위생 캠페인을 통해 모기 퇴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올해 들어 감염 사례가 42건으로 증가했고, 어린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적극적인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현상금 지급 정책을 도입했다.
마을 회관 앞에서는 현상금을 받기 위해 모기를 담은 양동이와 컵을 들고 줄을 선 주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주민 미겔 라박(64)은 45마리의 모기 유충을 잡아 물 주전자에 담아 9페소(약 224원)를 받고는 "이 돈으로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캠페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앤서니 리치온 박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뎅기열 예방 정책을 환영하지만, 모기 현상금 캠페인은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부 주민들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모기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일명 '코브라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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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건부 대변인 앨버트 도밍고 박사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중요하다"며 "지역 사회가 단기적인 대응책을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보건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인 물을 신속히 제거하고, 방충제 사용과 긴소매 옷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매년 수십만 명이 뎅기열에 감염되며, 특히 우기철이 다가오면서 모기 개체 수 증가로 인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종합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해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