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조용히 사라졌는데 일본에선 대히트 치고 국민템 반열 오른 조미료

2025-02-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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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래한 향신료, 고추와 기름 주재료로 만들어져

한국에선 별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일본에선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갈 정도로 대박이 난 조미료가 있다. 바로 '라유'다.

먹는 라유 / D. Patalano-shutterstock.com
먹는 라유 / D. Patalano-shutterstock.com

'라유'는 중국에서 유래한 향신료로, 고추와 기름을 주재료로 만들어진다. 중국에서는 '辣油(라유)'라고 불리며 '매운 기름'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후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 요리에 맞게 변형됐으며 현재는 일본 요리에서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 중 하나다.

라유를 만드는 방법은 지역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고추를 기름에 담가 매운맛과 향을 우려내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고춧가루나 잘게 썬 고추를 식용유, 참기름, 혹은 다른 기름에 넣고 천천히 가열해 고추의 매운맛과 향을 기름에 배어들게 한다. 여기에 마늘, 생강, 파, 양파 등의 향신료를 추가해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완성된 라유는 국수, 만두, 볶음 요리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돼 매콤한 맛과 향을 더해준다.

일본 음식 라멘 / AuthorLinyt Photography-shutterstock.com
일본 음식 라멘 / AuthorLinyt Photography-shutterstock.com

일본에서 라유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9년경이다. 당시 '食べるラー油(먹는 라유)'라는 제품이 출시되면서부터 일본 국민들의 라유 사랑이 시작됐다. 기존의 라유는 액체 형태로 요리에 첨가하는 조미료였으나 '먹는 라유'는 고추, 마늘, 양파 등의 고형 재료를 기름에 절여 만든 일종의 고추기름 장아찌 형태로, 밥이나 빵에 직접 발라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 제품은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일본 전역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2010년엔 연간 1조 3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였다.

현재도 일본 내에서 '먹는 라유'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다양한 식품 제조사에서 각기 다른 맛과 재료를 사용한 라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라유를 주로 밥, 국수, 만두, 두부 등의 음식에 곁들여 먹으며 샐러드드레싱이나 피자 토핑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일본에서 '먹는 라유'가 유행하던 시기에 한국에서도 일부 식품 제조사와 요리 전문가들이 라유를 소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청정원은 매운맛과 카레맛 2종의 라유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본만큼 뜨겁지 않았다.

한국 음식에 쓰이는 고춧가루, 고추장, 참기름, 소금, 다진마늘 등 각종 소스류 / mino choi-shutterstock.com
한국 음식에 쓰이는 고춧가루, 고추장, 참기름, 소금, 다진마늘 등 각종 소스류 / mino choi-shutterstock.com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요리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한국 음식은 전반적으로 매운맛이 강한 편이며 고추기름보다 고춧가루나 고추장, 다진 마늘 등을 이용한 양념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소비자들은 라유를 굳이 따로 구매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국의 외식 문화에서도 라유의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일본에서는 규동, 라멘, 만두 등 다양한 요리에 라유를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라유 출시 당시 일본 요리가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아직 김치나 장류 기반의 양념이 더 익숙한 조미료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라유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일본의 한 식자재 마트 / pio3-shutterstock.com
일본의 한 식자재 마트 / pio3-shutterstock.com

결국 일본에서 한때 대유행했던 라유는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채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만 소비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해외 음식 문화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일부 식당에서 라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한국과 일본의 식문화 차이,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라유의 한국 시장 정착을 어렵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라유를 한국 음식과 함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라유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찌개류에 넣으면 색다른 풍미를 더할 수 있다. 특히 고소한 기름 맛이 국물의 깊이를 더해주며 매운맛이 더 부드럽고 감칠맛 나게 조화된다. 비빔밥에도 라유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고추장의 강한 맛은 부드럽게 해주면서도 향신료 특유의 향을 추가할 수 있다. 라유를 계란 프라이에 곁들이거나 볶음밥을 만들 때 사용하면 매운맛과 고소함이 잘 어우러지는 독특한 풍미를 낼 수 있다.

라유를 삼겹살과 같은 구운 고기에 찍어 먹어도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쌈장이나 소금, 참기름과는 또 다른 매운 감칠맛이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풍미를 극대화한다. 면 요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칼국수나 잔치국수 같은 국물 요리에 라유를 몇 방울 넣으면 매콤한 맛과 깊은 향을 더할 수 있으며 비빔국수나 쫄면에도 어울린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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