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생소한데… 알고보니 한 지역을 대표한다는 '한국 술'

2025-02-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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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김정호도 감탄했다는 '한국 술'
진도를 대표하는 명주이자 전통 증류주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증류주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명주가 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지초주'(芝草酒)로 불리며 알코올 함량이 40%에 달한다.

컵에 홍주가 담겨 있는 모습. / 위키트리
컵에 홍주가 담겨 있는 모습. / 위키트리

술의 정체는 진도 홍주다. 주재료는 쌀, 보리, 그리고 지초다. 특히 지초는 홍주의 붉은빛을 내는 핵심 요소다.

홍주는 전남 진도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명주로 평가받는다. 조선 후기 고산자 김정호는 전국을 다니며 각 지역의 전통주를 맛봤고, 진도 홍주의 뛰어난 맛에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대동여지도를 흥선대원군에게 바칠 때 진도 홍주를 함께 진상했으며, 홍주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홍주의 명맥을 이어온 인물은 전남 지정 무형문화재 제26호인 홍주 기능 보유자 허화자(1930~2013) 명인이다.

그는 조선 후기 문인화 대가 소치 허련의 3세손이자 운림산방을 복원한 남농 허건의 조카로,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아 홍주 제조 기술을 계승했다.

허 명인의 홍주 제조 방식은 전통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세밀한 조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보리쌀을 쪄서 누룩과 섞은 뒤 발효 과정을 거치고, 원곡 증자(누룩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과정)를 통해 1차 담금인 밑술을 만든다. 이후 쌀을 쪄서 밑술과 혼합해 덧술(2차 담금)을 만들고, 이를 증류하면 홍주가 완성된다.

전남 진도에서 전통방식으로 홍주를 빚고 있는 모습(본사자료) / 연합뉴스
전남 진도에서 전통방식으로 홍주를 빚고 있는 모습(본사자료) /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지초 뿌리의 활용이다. 증류 시 지초 뿌리를 거치게 해 홍주의 선명한 붉은색과 향을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홍주는 보리, 쌀, 누룩의 배합 비율과 숙성 시간에 따라 맛과 향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허 명인이 만든 홍주는 누구도 똑같이 재현할 수 없다. 이에 진도군은 2007년부터 허 명인의 제조 비법을 기준으로, 13단계에 걸친 홍주 제조 과정을 표준 모델로 정립했다.

현재 진도에는 여러 홍주 제조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진도한샘홍주, 예향홍주, 진도성원홍주, 진도 대복홍주, 진도 아리랑홍주, 소달구지 홍주 등이 있다.

홍주는 진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생소하지만, 꼭 사 가고 싶은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진도군은 매년 홍주 체험 행사를 개최해 방문객들이 직접 홍주를 빚어보고,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홍주를 활용한 요리와 칵테일도 개발되면서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홍주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또한 진도의 문화, 예술, 역사와 깊이 연결돼 있으며, 후손들에게 전승될 중요한 유산이다.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진도 홍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홍주는 해산물 안주와 잘 어울린다. 간재미 무침, 홍어회, 참돔회, 전복찜 같은 남도 특산 해산물과 함께 마시면 깊은 맛이 더해진다. 높은 도수 덕분에 해산물의 비릿한 향이 줄어들어 깔끔한 조합이 완성된다.

최근에는 홍주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술잔을 따뜻한 물에 담가 데우거나, 주전자에 홍주를 넣고 중탕하면 적당한 온도를 맞출 수 있다. 겨울철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목 넘김이 더욱 부드러워진다.

홍주를 활용한 칵테일도 인기다. 탄산수를 섞어 하이볼 스타일로 마시면 청량감이 더해지고, 레몬이나 자몽 슬라이스를 곁들이면 상쾌한 맛이 난다. 꿀을 살짝 넣으면 달콤한 풍미가 살아난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용법을 찾아보자.

전남 진도의 특산품인 전통주 홍주(본사자료) / 연합뉴스
전남 진도의 특산품인 전통주 홍주(본사자료) / 연합뉴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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