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g 가격이 무려 5만5000원... 일본도 탐냈던 최고급 한국 해산물

2025-02-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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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폭염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는 한국 식재료

새조개 / 뉴스1 자료사진
새조개 / 뉴스1 자료사진

새조개 어장으로 유명한 경남 창원 진해만에서 요즘 불법 조업이 늘어나 어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1일 창원해경과 진해 명동 어촌계에 따르면, 최근 정체 모를 선박 3척이 진해 명동 앞바다에서 형망틀을 써서 불법으로 조개를 잡다가 어촌계원들에게 걸렸다. 어촌계 관리선이 나서서 막으려 했지만, 이들은 관리선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났다.

새조개 가격이 최근 치솟으면서 밤에 조개 양식장이나 허가를 받은 마을 어장에 몰래 들어와 조개를 훔쳐가는 불법 조업이 늘고 있다. 주로 밤을 틈타 형망틀로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조업하고 있다. 어민들은 직접 순찰을 돌기까지 하며 불법 조업을 막는 데 애쓰고 있다.

창원해경은 지난여름 폭염으로 새조개 수확량이 줄어 시세가 급등하자 불법 조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다음 달 30일까지 새조개 불법 조업을 특별 단속하고 있다. 단속 대상은 타인 어장 침범, 무허가 형망 조업, 어장 구역을 벗어난 조업 같은 위반 행위다. 진해와 마산 등 관할 해역을 4구역으로 나눠 전담반을 배치하고, 취약 지역엔 경비 함정을 상시 투입해 단속에 나선다.

새조개는 그냥 조개가 아니다. '조개의 왕', '황제 조개'로 불릴 정도로 남다른 대접을 받으며 고가에 팔린다. 실제로 현재 손질 전 새조개 1.5kg이 5만 50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껍데기와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하면 조개살이 200g 안팎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한우 등심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유명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를 운영하는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 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참조해 새조개에 대해 알아봤다.

새조개 / 연합뉴스
새조개 / 연합뉴스

김지민 씨는 새조개가 '새의 부리'를 닮아서 그렇게 불리는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런 게 아니다. 새조개는 바닷속에서 긴 다리로 헤엄을 치는데, 그 모습이 물살을 가르는 날개처럼 보인다. 새조개는 백합목 새조개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껍데기가 얇고 약해 손으로 살짝 비틀면 쉽게 껍데기가 열린다. 속살은 짙은 초콜릿색이고, 삼각형 발이 새 부리처럼 생겼다. 지역에 따라 '갈매기조개'나 '해방조개'로도 불리는데, 경남에선 1945년 해방 무렵 많이 잡혀 어민들에게 큰돈이 됐던 역사 덕분에 새조개란 이름을 붙였다.

새조개 맛은 달달하고 깊은 맛이라고 김지민 씨는 전했다. 다른 조개와 달리 살이 두툼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데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온다. 제철에 먹으면 감칠맛이 더 강해진다. 새조개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타우린이 많아 숙취 해소나 피로 회복에 좋다. 살짝 데쳤을 때의 담백한 단맛과 고소함이 새조개를 조개의 왕으로 부르게 한다. 구워 먹으면 고소함이 더 살아나고, 회로 먹으면 쫄깃한 식감이 돋보인다.

새조개 / 연합뉴스
새조개 / 연합뉴스

1월에서 3월에 난 새조개가 가장 맛있고, 특히 2월이 절정이라고 김지민 씨는 전한다. 이 시기 새조개는 산란 전이라 살이 통통하고 영양과 맛도 최고다. 실제로 새조개는 12월부터 잡히기 시작해 1월과 2월에 맛이 절정을 이루고, 3월부터 산란하면 살이 빠져 맛이 떨어진다. 동해안은 12월부터 3월, 남해안은 1월에서 3월이 제철로 통한다. 100% 자연산이라 제철에 맞춰 먹는 게 중요하다.

새조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김지민 씨는 샤부샤부를 꼽았다. 육수를 끓이고 새조개를 5~10초만 데쳐 먹으면 된다.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고 단맛이 빠지니 주의해야 한다. 간장, 고추냉이, 초고추장에 찍으면 단맛과 쫄깃함이 더해진다. 냉이를 곁들이면 향긋함이 잘 맞는다고 했다.

구이도 맛있다. 껍데기째 숯불이나 오븐에 구우면 고소함이 강해지고, 버터나 마늘 소스를 곁들이면 맛이 더 풍부해진다. 신선하면 회로도 먹을 수 있다. 얇게 썰어 초장에 찍으면 달콤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찜으로 먹으려면 해물과 함께 조리해 진하게 국물을 내는 게 좋다.

새조개 / 연합뉴스
새조개 / 연합뉴스

다른 나라도 새조개를 먹을까? 새조개는 일제강점기 때 수산 통제 어종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탐냈던 식재료였다. 일본인들은 신선함을 살려 사시미로 새조개를 먹는다. 얇게 썰어 간장과 와사비를 곁들여 단맛과 쫄깃한 식감을 즐긴다. 고급 스시집에서 계절 메뉴로도 인기가 있다. 살짝 데쳐 소금이나 간장을 더해 간단히 풍미를 살리거나, 껍질째 구워 고소한 향을 내는 구이 요리로도 먹는다. 신선도를 중요하게 여겨 살아 있는 상태로 손질한다.

새조개는 어떻게 손질할까. 해감은 필요 없지만, 진흙 같은 불순물이 있을 수 있기에 내장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아울러 검은 주둥이도 제거해야 한다. 껍데기를 벌려 속을 분리하고 소금물이나 바닷물로 헹구면 맛이 빠지지 않는다. 수돗물로 씻으면 윤기와 맛이 떨어지니 피해야 한다. 손질이 번거로우면 손질된 걸 사도 된다.

김지민 씨는 새조개 구매 팁도 전했다. 산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동해안의 고성, 속초, 양양, 동해와 남해안의 여수, 통영, 거제도가 주산지다. 통영과 거제도에선 새조개 축제도 열린다. 산지가 불분명하거나 내륙에서 온 건 신선도가 낮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신선도는 껍데기를 열었을 때 속살이 투명하고 윤이 나는지, 껍질을 두드렸을 때 단단한 소리가 나는지, 비린내 없이 바다 냄새가 나는지로 확인한다. 크기는 손바닥만 한 게 먹기 좋고, 무게는 300~500g이 적당하다. 너무 작으면 살이 적고, 너무 크면 질길 수 있다. 손질된 거라면 검은 주둥이가 제거됐는지 봐야 한다.

'이 조개가 뭐라고 그렇게들 찾아먹는 걸까요?'란 제목으로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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