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우린 원래 중도보수 정당” 발언을 두고 민주당에 난리가 났다
2025-02-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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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문제 넘어 계파 갈등 양상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리는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가 20일 반격에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중도우파 혹은 보수적 색채를 띠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발언이 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몰역사적"이라고 공세를 펼쳤지만, 친명계는 과거 민주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의 발언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 대표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논란은 정체성 문제를 넘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친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 당시 중도 우파를 언급한 바 있다"며 당시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13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 당은 중도 우파다"라고 말하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을 중도 우파 정당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진보적 가치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합리적인 중도·보수 정책을 받아들이는 게 민주당의 전통이었다"며 "이 대표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도 논거로 제시됐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해당 기사의 제목이 '우리 당은 보수다'로 달렸던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명계의 반발은 거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변경하려면 당 대표의 일방적 선언이 아니라 충분한 토론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사회 실현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적 정책을 지향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진보적 가치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망언"이라며 "중도·보수라는 표현은 철학도, 역사도, 기본 이념도 없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대표는 보수 정당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인영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과 당원들이고, 원래 자리를 벗어나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이재명 대표"라며 "민주당 대표로서 민주당다운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하다"며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라는 발언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체성 논란이 확산하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계파 간 갈등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당내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계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 논란이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논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오히려 이번 논쟁이 당의 노선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도 우파를 자처했다는 점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민주당이 보다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MBC 백분토론에서 "국민의힘을 보수라고 부르지만, 지금은 거의 범죄 집단에 가깝다"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의 역할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가 한 발언>
◇김영수: 오랜만입니다. 각종 이슈 좀 자세히 풀어주세요. 제가 청취자 여러분들 대신해서 여러 가지 좀 물어보겠습니다. 먼저 이재명 대표 이야기부터 할게요.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당이 진보 보수 정권의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 정권이 아니다. 진보의 가치를 버리지는 않지만 지금 성장이 더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생각에 대해서 총리께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김부겸: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잖아요. 이걸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다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 왜냐하면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이렇게 바뀌거나 이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국민 역사 또 정치적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진 어떤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서 된 거기 때문에 금방 이렇게 변경될 수는 없고요. 특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변경시키려면 이런 당 대표가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토론 이런 걸 통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되는데 지금까지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한다. 그다음에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 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다. 문 대통령도 몇 가지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게 하루아침에 금방 어떻게 바뀌죠?
◇김영수: 이재명 대표는 실용주의를 강조한다는 거예요. 진보의 가치를 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이 더 중요하다라는 취지다 라는 생각이에요.
◆김부겸: 물론 성장을 외면하는 그런 진보 정부는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성장을 가지고 쭉 외쳐왔던 그런 역대 정권들이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뭐예요? 이미 우리 사회는 어떤 복지나 분배라는 양축을 같이 쓰지 않으면 선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김영수: 그동안은 진보 정권은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더 초점을 많이 맞춘 측면이 있잖아요.
◆김부겸: 그렇죠. 그동안 이제 자꾸 그 성장의 과실 자체가 어느 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 이렇게 골고루 나누어지지 못했다라는 데 대한 그런 불만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지 마찰음이 낫죠. 그것을 선순환시키려면 이제는 성장과 분배를 같이 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금까지 이제 우리 사회가 합의해 온 것 아닙니까?
◇김영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표가 관련 입장을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된다고 보세요. 사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김부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판단을 하시겠죠 그러나 본인이 어떤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거죠.
◇김영수: 예 그럼 앞으로 이 당의 정체성 관련 논란이 이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야 되겠습니까?
◆김부겸: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여러 가지 관련 전문가들 또 당내에도 여러 가지 이론가들이 있으니까 아마 그분들이 우선 여러 가지 논쟁을 하지 않겠어요? 그동안 또 민주당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도 나올 거고 또 한국 정치의 지형에서 아마 이 대표 생각에는 사실은 지금 여기 와서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은 일종의 극우고, 그분들은 우리 정치의 주요 무대에서는 사라질 거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제 우리 민주당이 그 부분의 정치적 영역까지도 감당해야 된다 뭐 이런 취지인 것 같은데요. 또 그렇다고 정치라는 게 항상 보면 또 어느 정도 우리 복원력이 있고 국민들이 판단하는 또 상식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 문제는 그렇게 진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올해 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부겸: 아무래도 최근에 민주당의 어떤 역량 혹은 또 민주당의 수권 능력에 대해서 국민들이 조금 따가운 질책 이런 데 대해서 그 나름대로 여러 답변 중에 하나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김영수: 네 알겠습니다. 총리님이 이제 목소리를 더 많이 내기 시작했는데요. 강성 당원이 이른바 개딸을 향해서 수박이라는 용어를 좀 쓰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하고 나선 거예요. 지금 민주당 내의 다양성 포용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인가요?
<김두관 전 의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묻습니다. 민주당이 진정 보수정당인가요?’란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고민,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심각한 오류입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입니다.
물론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흑묘백묘 실용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쌓아온 불평등과 불공정과의 싸움, 반독재와 반독점의 정치적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이 대표의 고민을 이해합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정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보수는 독재와 기득권, 더 많이 가진 자 편이었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독재 정당인 이승만의 자유당, 10월 유신으로 장기독재의 길을 연 박정희의 공화당, 광주학살과 계엄령으로 민주공화국을 짓밟은 전두환의 민정당, 이런 당이 보수당이었습니다. 그 당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길을 걸었던 중도 진보가 민주당이었습니다. 머릿속의, 펜대 속의 중도보수가 아닙니다.
이 대표의 입장은 민주당 70년 역사에 대한 불신입니다. 독재와 기득권을 대표하는 보수에 맞서 진보라는 자부심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에 대한 불신입니다. 무엇보다 피눈물로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온 호남에 대한 불신입니다.
뿌리를 잃은 나무는 쓰러질 뿐입니다. 그리고 정체성을 잃은 당은 결국 국민도 잃게 됩니다. 대한민국 현대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 망언은 철학도, 역사도, 기본 이념도 없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는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당장 보수정당 발언을 취소해야 합니다.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그동안 독재와 독점에 맞서 싸워온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헌정 파괴로 얼룩진 보수를 계승할 것인지, 이 사회를 반 발짝씩 발전 시켜온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어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이인영 의원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아닙니다’란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
지난해 금투세·코인과세 유예부터 최근 기본사회 폐기논란, 주52시간 예외 주장, 상속세 완화 추진까지 '실용'이라며 오락가락했던 정책들입니다.
"민주당은 진보 아니다. 성장 중시하는 중도 보수다"
이재명 대표의 말이 충격입니다. 제가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 역사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축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노무현 대통령의 혼자만 잘사는 걸 넘어 함께 잘사는 나라의 꿈, 문재인 대통령의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이 모든 가치가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였고 지향점이었습니다.
"우클릭 안했다. 원래 우리 자리에 있다."
깜짝 놀랐습니다. 언어도단입니다. 민주당 당헌과 강령을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어느 내용을 '보수'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직하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말해봅니다.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원입니다. 원래 우리 자리를 놔두고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표입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로 돌아오십시오.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합니다. 실용을 넘어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백번을 되물어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다운 가치로 더 크게 승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