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서민 음식 아니다… 불과 10년 새 가격이 73% 급등한 '한국 음식'
2025-02-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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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는 일반 서민들도 즐겨 찾은 '한국 음식'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기 끄는 한식 메뉴
불과 10년 새 가격이 '73%' 급등한 한국 음식이 있다. 밥 위에 나물, 고기, 계란, 고추장을 올려 비벼 먹는 이 음식은 한때 서민들도 부담 없이 즐겼지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서민 음식이라 부르기 어려워졌다.

정체는 바로 '비빔밥'이다. 비빔밥의 기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후반 기록에서 '골동반(骨董飯)'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은 밥'이라는 뜻이다.
골동반은 궁중에서 즐겨 먹던 음식으로, 남은 재료를 활용해 맛을 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민간에서는 주로 제사 후, 남은 나물과 고기를 활용해 비벼 먹는 방식이 발전했다. 조선 후기에는 사대부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즐겨 먹었다.
◈ 지역별 비빔밥의 특징
전주비빔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비빔밥이다. 콩나물, 쇠고기 육회, 황포묵, 달걀 등을 활용한다. 고소한 참기름과 감칠맛 나는 양념이 어우러져 인기가 높다.

진주비빔밥은 쇠고기 육전과 나물이 들어가고, 맑은 육수를 함께 제공한다. 과거 진주 지역에서 잔치를 열 때, 육전과 국을 함께 내던 전통에서 비롯됐다.
통영 비빔밥은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다. 통영은 남해안에 위치해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성게, 멍게, 굴 등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 방식이 발전했다. 해산물의 감칠맛과 밥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낸다.
제주도 비빔밥은 돼지고기와 해산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지방이 적당히 포함돼 있어 고소한 맛을 더한다. 자리돔, 톳 같은 지역 특산물도 첨가된다.
비빔밥은 기본적으로 밥을 주재료로 하지만, 이를 응용한 다양한 형태가 있다. 돌솥비빔밥은 뜨거운 돌솥에 밥과 재료를 담아 바닥을 눌어붙게 만들어 고소한 누룽지 맛을 더한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나물비빔밥은 고기 없이 채소와 두부를 활용한다. 또한 매운맛을 살린 매운 비빔밥은 고추장뿐 아니라 청양고추, 불닭 소스 등을 첨가한다.

비빔밥은 영양 균형이 잘 잡힌 음식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섬유질,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를 한 끼에 담을 수 있어 건강식으로 꼽힌다.
채소를 기본으로 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단이 되고, 육류나 해산물을 더하면 고단백 보양식이 된다. 재료는 계절에 따라 다르다. 여름에는 오이, 열무 등을 넣어 시원한 맛을 내고, 겨울에는 따뜻한 돌솥비빔밥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 비빔밥의 세계화와 퓨전
비빔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기다. 해외 한식당에서는 대표적인 한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채소를 넉넉히 넣고, 고추장 대신 간장 드레싱을 활용한 비빔밥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비빔밥을 초밥 형태로 변형한 메뉴가 개발됐다.
퓨전 비빔밥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스테이크를 곁들인 비빔밥, 치즈를 활용한 비빔밥, 트러플 오일을 더한 비빔밥 등 여러 재료를 접목한 새로운 음식들이 등장했다.
비빔밥은 한국의 문화와 철학이 담긴 요리다.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지면서도 각자의 맛을 내는 방식이 한국 음식의 특징을 잘 반영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비빔밥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변화해 가고 있다.
비빔밥은 궁중과 서민 음식에서 시작해 여러 형태로 발전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사랑받는 한식 메뉴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변화와 발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외식 메뉴 중 비빔밥의 가격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강원 지역 7개 외식 메뉴의 평균 가격은 2014년 12월 대비 45.8% 상승했다.
특히 비빔밥 가격은 5611원에서 9722원으로 73.2% 급등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8년 7000원을 돌파한 후, 4년 만인 2022년에는 9000원을 넘어섰다.
비빔밥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은 주재료인 채소 가격 상승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강원 지역에서 무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01% 급등했고, 당근은 137%, 양파는 95%, 시금치는 70% 오르는 등 농산물 전반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