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찢어졌는데 병원 여러 곳에서 계속 거부 당하다 결국 사망

2025-02-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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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의 계속된 거부
병원 간 책임 떠넘기기로 잃어버린 소중한 생명

이마 파열 부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들의 거부 때문에 숨졌다.

대구경찰청이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 3곳의 의료진 6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는 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4월,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A씨는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성형외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두 번째로 방문한 병원에서도 당일 치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또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병원에서도 즉각적인 성형외과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송 과정에서 A씨는 혈압과 맥박이 급격히 떨어져 심정지 상태에 빠졌으며,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유족의 진정으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사망 전 방문한 세 곳의 병원 모두에서 사건 당시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해당 병원의 의료진 6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응급환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환자를 전원시키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의료진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병원 간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고, 해당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일선 의료계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했다"며 "수사심의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후 검찰 송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16살 남학생 A군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바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6시간 만에 겨우 첫 수술을 받은 뒤 일주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A군은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출동했지만 A군을 구급차에 태운 뒤 치료할 병원을 찾느라 상당 시간을 소요했다.

인근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두 곳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데까지 모두 연락을 취했으나 진료가 가능하다는 곳은 없었다.

A군 어머니는 YTN과 인터뷰에서 "'머리 아파'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정신 차리라고 하고…"라며 "(연락을 돌린 모든 병원에서) 안 된다고 하고, 안 된다고 하고, 계속 전화해도... '오셔도 지금 뭐 안 돼요' 그런 식으로 말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집에서 9km나 떨어진 응급실 한 곳과 연결됐지만 A군이 병원에 도착한 건 첫 신고 70분 만이었다.

A군 어머니는 "너무너무 무서웠다. '이러다 잘못되겠다' 싶었다"라며 "아무 데도 안 받아주고 진짜 너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0분 만에 겨우 연결된 해당 병원은 수술은 어렵다며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또 네 시간이나 지체됐고 A군은 첫 신고 6시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A군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수술받은 뒤에도 사경을 헤매다 일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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