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항공권 싸게 팔고 위약금도 없이 일방 취소한 아시아나, 고객들 열받았다
2025-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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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권 판매 오류
탑승 원하면 요금 재정산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런던 노선 항공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운임 입력 실수로 인해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이 이코노미 클래스 요금으로 판매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는 해당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들에게 환불 조치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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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런던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면서 요금을 ‘이코노미 특가’로 잘못 입력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로 인해 약 500만원 상당의 항공권이 150만~170만원 수준으로 판매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내부 검토 과정에서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하고, 해당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사과와 함께 환불 안내를 진행했다. 항공사는 승객이 기존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을 원할 경우 정상 요금을 다시 부과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요금 재정산을 원하지 않거나 탑승을 포기할 경우 무료 환불해 주기로 결정했다.
잘못된 요금으로 판매된 항공권은 오는 4월부터 사용할 수 있어 아직 사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항공권을 구매한 이들이 판매자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법적 대응 등을 하자는 글들을 항공‧여행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 속속 게재하며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여행 관련 네이버 카페 ‘뉴스사사’ 게시판에는 국토교통부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 넣을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고, 한 회원은 ‘집단소송으로 가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싸움’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한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더구나 문제의 항공권을 예매한 후 호텔, 렌트카 등을 잇따라 예약한 구매자들도 있어,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당 항공권에 대한 단순 취소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에러 페어(Error Fare)’가 발생하면 항공사는 신속하게 고객에게 공지하고 취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오류 발생 후 10일이 지나서야 고객들에게 이를 알렸다. 소비자보호법 및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결제한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재화 등의 공급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항공권을 고객이 취소할 경우 높은 환불 위약금을 부과하면서, 정작 항공사의 실수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료 환불’ 조치를 내린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고객이 취소하면 위약금을 강하게 적용하면서, 본인들 실수는 무료 환불로 처리하는 게 맞냐” “실수는 그냥 넘어가면서 소비자에게만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기준 연달아 환불 위약금을 인상했다. 특히 10월에는 국제선 단거리 노선의 환불 위약금을 올린 데 이어, 한 달 만에 동남아시아·사이판·알마티 등 중거리 노선의 환불 위약금을 최대 11만원까지 추가 인상했다. 또한, 일부 예약 변경 시 부과되는 재발행 수수료도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선호 좌석 요금과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까지 잇따라 인상하며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가격 입력 오류로 인해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이러한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항공권 요금 오류는 항공업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다. 실제로 홍콩 국적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과거 예약 시스템 오류로 인해 베트남 다낭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이 정상 가격 1만 6000달러(약 1800만원)가 아닌 675달러(약 76만원)에 판매됐다. 또 베트남 하노이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가는 일등석 왕복 티켓이 정상 가격 2만 3000달러(약 2575만원)에서 988달러(약 111만원)로 잘못 판매되는 일이 발생했다.
캐세이퍼시픽은 뒤늦게 실수를 인지했으나, 홍콩 및 미국 관련 법규상 판매를 취소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고려해 7억원 규모의 손실을 감수하며 해당 항공권을 인정했다.
중국 최대 항공사인 남방항공도 지난 2023년 11월 판매 시스템 오류로 중국 국내 항공권을 정상 가격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0∼30위안(2000원∼6000원)에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