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전쟁터로…유학생이었던 북한군 포로, “한국가고 싶다”

2025-02-19 14:21

add remove print link

헌법상 北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간주…'본국 송환 원칙' 국제법이 변수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하면서 귀순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 뉴스1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 뉴스1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리 모 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행을 80% 결심했다"며 난민 신청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가 직접 한국행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을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소개한 리 씨는, 무인기 조종사가 모두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보위부 요원의 말에 속아 전투에 임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대대(약 500명)마다 1~2명의 보위부 요원이 배치돼 사상을 통제했다고 했다.

지난 10월 초 북한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을 받았고, 12월 중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쿠르스크로 이동했다. 러시아로 오기 전 3개월 동안 가족과 연락할 수 없었고, 부모도 파병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에 오기 전 유학생 신분으로 훈련받는다고 들었으며,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쿠르스크에 도착한 후에야 전투에 투입될 것을 알았고, 지난달 5일부터 전장에서 싸웠다고 밝혔다.

턱과 팔에 큰 부상을 입은 리 씨는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 공격과 포격으로 인해 함께 온 부대원 대부분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무인기 공격으로 나를 구해준 동료들이 하나둘 쓰러졌다"며 "다섯 명이 함께 있었지만 결국 모두 전사하고 나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포로가 된 후 자폭 명령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인민군 내에서 포로는 변절자로 취급된다"며, 수류탄이 있었다면 자폭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포로 신분이 북한에 알려지면 부모가 평양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으로 돌아갈 경우 고난을 겪을 것이라는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쪽 친척들이 모두 과학자 집안이며, 제대 후 대학에 가려 했다고 전했다.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긴 만큼 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군 포로가 직접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같은 달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리 씨의 귀순 의사가 공개됐지만, 직접 확인한 뒤 협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쟁 포로 송환에 관한 국제법상 북한군 포로의 국내 이송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 생포된 포로를 전쟁이 끝난 후 본국으로 돌려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참전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로 송환된 뒤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제네바 제3협약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에 따라 포로 송환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