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9차 변론] 윤 대통령 측 변호사, 항의하다 가방 싸들고 퇴장
2025-02-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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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가장 강력한 조건 갖췄다... 증거로 채택할 것”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기록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공개됐다.
국회 측은 18일 오후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일부를 증거로 공개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이후 다섯 번의 통화에서도 같은 내용이 반복됐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분까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여섯 차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또한 조 청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이 계엄 당시 첫 번째 통화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판사를 포함한 15명의 이름을 불러줬으며, 두 번째 통화에서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 진술도 공개했다. 그는 군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계엄 직후 장관에게 처음 들었다"며 "대통령이 평소에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회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도 더해 "체포 대상자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의 존재와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점이 증거로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수사기관 조서도 이날 헌재에서 공개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회의였는데 과연 국무회의 심의라고 볼 수 있는지 이론이 있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람이 모였다는 거 말고는 간담회 비슷한 형식이었다"며 "국무위원 모두가 걱정하고 반대했다"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의 시작과 종료 자체가 없었다"며 "지금도 국무회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변론에서 국회 측이 수사기록을 제시하자 윤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에서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 조서를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변호사는 "그런 진술 조서의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면 형사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을 탄핵심판 절차에서 증거로 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재판부의 증거 채택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 지금 이의신청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것으로 보이며, 이미 두 차례 이상 재판부의 입장을 밝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헌재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가방을 들고 심판정을 나갔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의 피신조서를 헌법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범의 피신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진행되지만, 헌재법에 따라 준용 범위는 '헌법재판의 본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헌재는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쓰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