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난다” 외국인·한국인이 입을 모아 말하는 요즘 한국 음식 심각한 문제점

2025-0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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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급격히 단맛이 강해진 대부분의 한국 음식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모두 문제로 떠올라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서 단맛이 유독 강해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도 그 이유에 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 한국 음식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음식 닭강정 / Tsuguliev-shutterstock.com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음식 닭강정 / Tsuguliev-shutterstock.com

몇 년 사이 한국 음식의 단맛이 강해지며 한국인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단맛이 없거나 적어야 할 음식에서조차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 단맛에 대한 불평은 이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82 COOK' 네티즌들은 "백종원이 말하길 한국 사람들은 첫맛이 달아야 맛있다고 한다. 아니면 맛없다, 심심하다고 한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첫맛이 싱거우면 평가가 짠 거 같기도 하다", "밀키트 특히 너무 달다", "간이 맞고 조화로워야 맛있다 느끼지, 첫맛에 단맛이 느껴지면 저는 짜증 나더라. 이것도 누가 학습시킨 거 아니냐", "외식 메뉴 기본이 단짠단짠. 그게 싫으면 집밥 고수해야 한다", "달아서 먹을 수가 없다. 양파 달달 익혀서 나오는 정도 단맛이 딱 좋은데 사 먹는 음식은 그것보다 100배는 달다. 연속으로 두 끼 사 먹으면 밤에 속이 뒤집힌다", "요즘 레시피 보면 진짜 너무한다. 설탕, 올리고당, 매실액을 다 넣는다. 실제로 요리해 보면 설탕이나 올리고당 하나면 충분한걸" 등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기에 앞서 외국인 사이에서 한국 음식의 단맛은 이미 골칫거리로 꽤 유명하기도 했다. 단순히 문화적 차이를 넘어 거의 모든 음식에 단맛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 있어 단맛이 없는 음식을 찾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길거리 음식 호떡 / Thannaree Deepul-shutterstock.com
한국 길거리 음식 호떡 / Thannaree Deepul-shutterstock.com

한국 음식의 단맛이 강해진 현상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원인도 다양해질 수 있다.

먼저 1970년대 이후 분유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 한국인들의 단맛 선호와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 유아기 때 형성된 미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까닭에 모유보다 단맛이 강한 분유를 먹고 자란 세대가 단맛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97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신생아가 모유를 섭취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산업화와 핵가족화, 분유 산업의 성장과 마케팅 영향, 모유 수유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분유 사용이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유아들이 모유보다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한 분유에 익숙해지면서 이들이 성장했을 때 단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을 수 있다.

한국 음식의 단맛이 강해진 또 다른 이유로는 설탕 소비량 증가도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설탕은 귀한 재료였지만 1970년대 이후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단맛이 강조된 음식들이 대중화됐다. 특히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이 확산하면서 음식 전반적으로 단맛이 강해졌다. 여기에 글로벌 식문화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달콤한 디저트, 가당 음료 등이 보편화됐고 이와 함께 단맛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 양념치킨 / Kit Leong-shutterstock.com
대표적인 한국 음식, 양념치킨 / Kit Leong-shutterstock.com

맵고 짠 음식의 유행 또한 단맛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맵고 짠 음식과 단맛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단맛이 강조되면서 균형을 맞추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매운 음식인 떡볶이, 매운 라면, 불닭볶음면 등은 단맛도 강한 편이다.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다 보면 미각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면서 단맛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극적인 맛에 대한 선호는 스트레스 해소와도 연결된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과 압박이 심화하면서 강한 자극을 주는 음식이 선호되고 있다. 매운 음식은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해 쾌감을 주고 단맛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맵고 짠 음식과 함께 단맛이 더욱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나며 단맛의 유행이 퍼졌을 가능성도 높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음식의 확산 역시 단맛이 강해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 이후 라면, 떡볶이, 치킨 소스 등 자극적인 맛을 강조한 가공식품이 대중화됐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들이기 위해 단맛을 더 추가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특히 매운 음식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강한 단맛을 선호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한식의 맛 균형도 변화했다. 원래 한국 음식은 단맛, 짠맛, 매운맛, 신맛, 쓴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었지만 최근에는 매운맛과 짠맛이 강조되면서 이를 중화하기 위해 단맛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전통적인 김치는 짠맛과 신맛의 균형이 중요했지만 현대 김치는 단맛이 더욱 강조된 형태로 변화했다. 불고기, 양념치킨, 떡볶이 같은 음식도 점점 더 달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분식 음식인 떡볶이와 어묵 / VTT Studio-shutterstock.com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분식 음식인 떡볶이와 어묵 / VTT Studio-shutterstock.com

결국 한국 음식의 단맛이 강해진 이유는 단순히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산업화와 분유 사용 증가로 인해 단맛에 익숙해진 세대가 성장하면서 단맛을 더욱 선호하게 됐고 경제 성장과 설탕 소비 증가로 인해 전반적인 음식의 단맛이 강해졌다. 여기에 맵고 짠 음식의 유행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자극적인 맛 선호가 맞물리면서 단맛이 강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음식의 확산도 이에 한몫했으며 전통적인 한식의 맛 균형이 변화하면서 단맛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음식 문화의 흐름을 반영하지만 건강 측면에서는 과도한 단맛 섭취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의 당뇨병 환자 수 급증이 바로 대표적인 예시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당뇨병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0년에는 약 250만 명이었던 당뇨병 환자 수가 2020년에는 약 35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10년 사이에 약 4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특히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경제 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 당뇨병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매운 등갈비와 모렐라 치즈 / photohwan-shutterstock.com
매운 등갈비와 모렐라 치즈 / photohwan-shutterstock.com

당뇨병 환자 수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식습관의 서구화와 가공식품의 섭취 증가다.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당이 첨가된 음료 등의 섭취가 늘어나면서 고열량, 고당분 식단이 일상화됐다. 이러한 식습관은 비만을 유발하고 당뇨병 발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체 활동의 감소와 좌식 생활의 증가도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현대인의 생활 패턴은 사무직 근무, 장시간의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 등으로 인해 신체 활동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소비는 줄어들고 체내 당의 축적이 증가하여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트레스 또한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여 혈당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쟁적인 분위기와 높은 업무 강도는 개인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중하며, 이는 당뇨병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전적인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지며 이는 유전적 소인이 질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은 변경할 수 없으므로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따라 최근 당류 섭취를 줄이려는 여러 움직임이 나타나며 건강을 고려한 저당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단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한국 음식의 맛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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