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으면 중태…'치사율 70%' 바이러스 감염된 원숭이 수백마리 국내 돌아다녔다
2025-02-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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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신경계 감염돼 심각한 뇌염 일으킬 수도
사람이 원숭이에게 물리거나 체액에 노출될 경우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에 걸린 원숭이 수백 마리가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치사율이 최대 70%에 달하는 원숭이 B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 수백 마리가 연구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된 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파악됐다고 SBS가 지난 17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2020년 9월 코로나19 백신 등 연구를 목적으로 실험용 게잡이원숭이 340마리를 구매하기로 국내 한 업체와 계약했다.
그해 10월 말 캄보디아에서 원숭이들이 수입됐는데 센터 자체 검사에서 340마리 중 200여 마리가 원숭이 B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황이 발견됐다. 항체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원숭이 B 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사람과 동물에 같이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사람에게 옮길 경우 치사율이 무려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 B 바이러스는 중추신경계에 감염돼 심각한 뇌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외국에서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사례도 있다.
하지만 센터 측은 항체가 나왔음에도 PCR 같은 항원 검사 등 추가 검사를 따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검역본부나 환경청에 이를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심각한 공포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했던 상황에서 센터 측의 이런 대처는 자칫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매체는 영장류자원지원센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방문했으나 끝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연구원은 이후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검역본부나 환경청에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는 항체 검사만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이라 할 수 없어 신고 의무 대상인 '질병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가적인 항원 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원숭이 B 바이러스가 생물 안전등급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4등급에 해당해 제한된 환경에서만 검사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수행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매체는 확인 결과 해당 검사를 국내 질병관리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센터 측이 원숭이를 수입 업체에 반품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연구 장소를 옮긴다', '사육 장소를 변경한다'고만 신고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감염 의심 원숭이 200여 마리는 전북 정읍, 충북 오창, 경기 성남 등으로 옮겨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매체는 원숭이들이 모두 반품될 때까지 7개월 걸렸는데 센터가 그 기간 감염이 의심되는 원숭이들을 적절한 조치 없이 사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