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고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김새론 대표작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당부
2025-02-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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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김새론 양의 감정 연기에 빚진 게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의 대표작이 된 영화 '아저씨'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이정범 감독은 지난 17일 김새론의 빈소에 방문해 "(김새론에게) 빚진 게 많다. 딸처럼 생각했는데…"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빈소에는 '아저씨'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원빈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과 아내 이나영의 이름으로 근조 화환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약 30분간 유족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식사하며 휴지 등으로 눈물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오센은 이날 이 감독과 빈소에서 진행한 짧은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감독은 "새론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인 것 같다"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2006년 상업영화 데뷔작 '열혈남아'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뒤 2010년 '아저씨'를 연출하며 김새론과 만났다. '아저씨'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총 628만 명을 동원하며 화제가 됐다. 특히 원빈과 호흡을 맞춘 김새론은 천재 아역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도 놀라운 감정 연기를 펼쳤다. 김새론이 '아저씨'를 촬영한 당시 나이는 10~11살 정도였다.

이 감독은 "(김새론을 보고) 천재 배우, 천재 아역이라고 하는데 '아저씨'에서 새론이는 천재라기보다 감수성이 뛰어난 어린아이였다. 동년배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어린 연기자들은 흉내 내는 연기를 하거나 자기 자신을 과하게 미화하고 자기를 과장하는 등 그런 감정이 기본이 되는 연기를 했었다. 보통 대부분의 아역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새론이는 그렇지 않았다. '네가 지금 이런 상황이고 이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럴 때는 어떨 것 같아?'라고 하면 어린 11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21살 연기자와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그 감정은 절대 트레이닝으로 나오는 감정이 아니다. 그건 기본적으로 그 친구가 좋은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 그렇고 '아저씨'에서 보여준 연기는 대부분 그렇게 만들어지고 나왔다"라며 "다른 분들이 그걸 천재적이라고 표현하면 그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천재적'이란 표현보단 인간의 감정을 다룬 직업이다 보니 타인의 감정을 연기하는 데 있어선 감수성이 아주 뛰어났다고 얘기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또 "어린아이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른의 감정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감독으로서 그 감정에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아저씨'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아저씨'는) 김새론 양의 그 연기, 감정 연기에 빚진 게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김새론의 비보에 "나보다 한참 어리고 젊고 활동해야 하는 친구인데 그런 일이 생기니까…"라며 "딸처럼 생각했던 친구였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제일 중요한 건 여전히 영화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 그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성장한 새론이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흘러갔던 사건의 방향도 있고, 그 친구가 잘못하고 실수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아무래도 공인이니까 타인에 비해 노출도 많이 되고 질타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당연히 알려진 공인일수록 그렇게 해야 된다. 그것도 인정하면서 그 모습으로만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내 가슴 속에선 여전히 '아저씨'의 새론이로 남아 있고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바랐다.
그러면서 "나중에 커서 고생하고 고민하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어린 여배우가 아니었으면 한다. 본인도 그걸 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촬영을 즐기면서 현장에서 많이 웃고 좋아했던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5세.
김새론은 사전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가 집을 방문했다가 발견됐다. 경찰 측은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망 경위 등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새론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새론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상주에는 고인의 부모, 동생인 배우 김아론, 김예론의 이름이 올라갔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6시 20분이며 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