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핫플레이스인 줄만 알았는데…'인구 재앙' 예고된 뜻밖의 한국 도시
2025-02-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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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인구 위기 직면한 한국의 대도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집중 조명한 한국 제2의 도시, 인구 위기 심각 수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세계적인 영화제, 맛있는 음식으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각광받던 부산이 사실은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이하 FT)는 지난 9일 '멸종 위기: 한국 제2의 도시, 인구 재앙을 우려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산의 충격적인 인구 감소 실태를 심층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핫플레이스라는 이면에 숨겨진 부산의 인구 위기는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났다. 한때 330만 명에 달하던 인구는 1995년부터 2023년까지 28년간 60만 명이나 감소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3%를 넘어서며 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50년이 되면 부산의 20~30대 여성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는 3분의 2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부산을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도시로 공식 분류했다. 이는 광역시 중 최초의 사례로, 부산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FT는 "부산은 산, 해변, 영화 축제 등 매력과 자산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도시지만,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한국)에서 다른 광역시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이 이처럼 급격한 쇠퇴를 겪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서 28만 명이던 인구가 1951년 80만 명으로 급증했고, 1960~70년대에는 국가 주도 경제개발의 수혜를 입으며 수출 경제의 무역 허브로 성장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FT는 "한국 경제는 점점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과 같이 더 정교한 제품 생산과 수출에서 동력을 얻게 됐고 대학과 연구기관도 숙련 노동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이전했다"며 "삼성과 LG 등 선두 기업의 탄생지이면서도 한국 100대 기업 중 본사를 부산에 둔 기업은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이상호 연구원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며 "서울로의 중앙집권화,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부산과 다른 지역 중심 도시가 '쇠퇴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이, 다음으로 중소 도시가 타격을 입었고 지금은 부산과 같은 대도시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수도 서울도 젊은층의 결혼과 육아 포기 현상이 심각하지만, 부산은 노동 연령 인구의 감소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인구 위기로 인한 지역 경제 쇠퇴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1.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정치권의 대응에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여파에 정신이 분산된 한국 정계는 약화하는 경제를 뿌리까지 구조조정할 역량이 있다는 징후를 거의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부산의 인구 위기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도시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젊은 세대의 지속적인 유출과 급격한 고령화는 도시의 활력을 잃게 만들고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심각한 인구 절벽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지역 차원의 혁신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이 관광도시를 넘어 젊은이들이 실제로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