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배'는 실존한다? 배불러도 간식을 찾게 되는 이유
2025-02-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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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설탕이 있으면 그때마다 먹도록 프로그램된 것 같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달콤한 디저트를 찾는 이유가 포만감을 조절하는 뇌 신경세포가 설탕에 반응해 식욕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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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의 막스 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의 헤닝 펜셀라우 박사 연구팀은 설탕이 뇌의 특정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그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디저트를 먹고 싶어지는 현상은 시상하부의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신경세포와 관련이 있다.
이 신경세포는 포만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설탕을 섭취할 때는 체내 마약성 호르몬인 β-엔도르핀도 함께 분비한다.
β-엔도르핀은 다른 신경세포의 아편 수용체에 작용해 보상감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포만감을 넘어 계속해서 설탕을 먹게 만든다.
흥미롭게도, β-엔도르핀이 작용하는 뇌의 오피오이드 경로는 설탕을 섭취할 때만 활성화되며, 다른 음식이나 지방을 섭취할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경로를 차단한 생쥐는 설탕을 더 이상 먹지 않았고, β-엔도르핀 분비를 억제했을 때도 설탕을 먹지 않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설탕을 투여한 후 뇌를 스캔한 결과, 생쥐와 동일한 뇌 영역이 설탕에 반응했으며, 포만감 신경세포와 가까운 영역에 β-엔도르핀이 작용하는 아편 수용체가 많았다.
연구팀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설탕은 자연에 흔치 않지만 먹으면 에너지 보상이 빠르다. 뇌는 설탕이 있으면 그때마다 먹도록 프로그램된 것 같다"며 "이 연구 결과는 비만 치료에도 중요할 수 있다. 뇌의 아편 수용체 차단 약물은 식욕 억제 주사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작지만 이를 다른 치료법과 병용하면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