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의심되면 안과 가야…"실명할 수도 있다"

2025-02-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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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의 습격, 조용히 눈을 노리는 매독의 위험
잠재된 위험, 실명까지 부르는 감염병

실명까지 유발하는 성병이 있다.

국내에서 매독 감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매독 감염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추세가 확인되면서 보건 당국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감염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독 환자는 2,78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독 신고 체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10년 전인 2014년(1,015명)과 비교했을 때 약 2.7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외에서 감염된 사례는 93명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ama Belle and the kids-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ama Belle and the kids-shutterstock.com

이 같은 증가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2022년 매독 감염 건수가 20만 7,255건을 기록해 1950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 역시 같은 해 매독 환자가 1만 3,228명 발생하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매독 감염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매독을 전수감시 대상인 3급 감염병으로 상향 조정하고,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덤(Treponema pallidum)'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만 임신 중 태아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 감염 단계에 따라 1기, 2기, 3기로 구분되며, 각 단계별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1기 매독은 감염 부위에 통증이 없는 궤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 궤양은 성기, 질, 항문, 직장 등에 발생하며 3~6주가량 지속된 후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매독이라는 명칭도 이때 나타나는 피부 궤양이 매화 모양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1기 단계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2기로 진행된다. 2기 매독은 가려움이 없는 피부 발진과 함께 발열, 인후통,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넘겨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독균이 체내에 잠복한 채 수년간 남아 있을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단계인 3기 매독에서는 균이 내부 장기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 눈, 심장, 간, 뼈 등을 침범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감염 후 10~30년이 지나서야 3기 매독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luchschenF-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luchschenF-shutterstock.com

최근 국내에서는 매독균이 눈을 침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제학술지 '성감염병'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과 창원삼성병원, 한양대학교 의예과 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독 환자 44만 8,085명 중 1.4%에서 안구 합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포도막염으로, 2010년에는 10만 명당 0.18명이던 환자 수가 2019년에는 1.58명으로 증가해 9년 사이 8.7배 늘어났다. 연구에 따르면, 매독성 포도막염은 매독 감염 후 평균 2~3년 내에 발생했으며, 특히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포도막염 발생 위험이 1.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포도막염은 눈의 망막과 공막 사이 중간층인 포도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변 조직까지 손상시키며 백내장, 녹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실명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실명 환자의 약 10%가 포도막염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매독 감염이 특정 연령대에서 두드러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매독 감염자의 주요 연령층은 30대 남성(21.2%)과 20대 여성(18.2%)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 층에서 매독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매독 환자의 안구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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