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선 밥반찬으로 흔히 쓰이는데... 한국인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채소
2025-02-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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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면 끈적한 점액이 나온다는 고추 닮은 그 채소
일본과 중국에서는 흔히 먹지만 한국에서는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채소가 있다. 오크라. 오크라가 어떤 채소인지, 다른 나라는 어떻게 오크라를 요리해서 먹는지, 한국인들은 왜 오크라를 잘 먹지 않는지 알아봤다.
오크라는 아욱과에 속하는 속씨식물이다. 길다란 초록빛 씨앗주머니를 먹는 채소다. 영어권에서는 레이디스 핑거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모양은 각진 고추처럼 생겼다. 가로로 썰면 오각형에 가까운 별 모양이 된다. 기본적으로 연두색이지만 적오크라로 불리는 붉은색 품종도 있다.
오크라의 가장 큰 특징은 점액 성분이다. 오크라를 자르면 끈적한 점액이 나온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뮤신(mu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위장 보호에 도움을 주고 소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크라는 비타민 C, 비타민 K, 엽산, 마그네슘, 칼슘, 칼륨이 풍부한 데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도 함유해 건강에 좋은 채소로 잘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오크라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일본에서는 오크라를 끓이거나 데쳐서 낫토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낫토와 오크라 모두 끈적한 식감을 갖고 있어 궁합이 잘 맞는다. 또한 오크라를 간장이나 폰즈 소스에 무쳐 먹기도 하고 튀김으로 만들어 텐푸라 요리로 즐기기도 한다. 일본 가정식 반찬으로도 흔히 사용된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도 오크라는 흔한 반찬 재료다. 데친 오크라를 간장과 마늘 기름에 버무려 먹거나 각종 볶음 요리에 넣어 먹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프에 넣어 걸쭉한 농도를 더하는 역할로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 남부에서는 오크라를 검보(gumbo)라는 요리에 활용한다. 검보는 해산물이나 육류를 넣고 끓이는 스튜 형태의 요리다. 오크라의 점액 성분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오크라는 주요 식재료로 쓰인다. 수단과 차드에서는 오크라와 말린 붉은 고기를 넣어 요리하는 타갈리아(Tagalia)라는 음식이 있다. 브라질과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오크라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크라가 거의 소비되지 않는다. 오크라가 대중화되지 않은 이유로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끈적한 식감이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다. 한국 요리에서는 점액질을 가진 식재료가 많지 않다. 식감이 중요한 요리 문화에서 오크라의 점액질이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또한 오크라는 한국에서 자주 재배되지 않아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기 어려운 채소다. 온난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규모 상업적 재배가 어렵고 일부 농가에서만 소량 생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접근성이 낮아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다.
한국 요리에서 오크라를 활용할 만한 요리법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오크라를 활용한 요리가 많아 자연스럽게 소비되지만, 한국에서는 마땅한 조리법이 없어 새로운 식재료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오크라를 찾을 수 있는 마트나 시장도 극히 제한적이다. 일부 대형 마트나 외국 식재료를 취급하는 전문점에서만 구할 수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들어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크라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채식주의자나 건강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오크라가 소화에 좋고 영양가가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층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