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랑받는 한국의 김치, 오직 '몽골'에서만 기피하는 음식이란 말 나온 이유

2025-02-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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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몽골서 한국 음식에 대한 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인 김치가 몽골에서는 유독 환영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연 이 설은 진실일까.

한국의 전통 건강 음식 '김치' / Brian Yarvin-Shutterstock.com
한국의 전통 건강 음식 '김치' / Brian Yarvin-Shutterstock.com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는 이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김치의 세계적 인기는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김치는 발효 과정을 통해 독특한 풍미와 깊은 맛을 지니게 되며 이는 세계 각국의 미식가들에게 새로운 미각 경험을 선사한다. 또 발효 식품으로서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여 장 건강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과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영양학적 가치가 세계인들의 식탁에 김치를 오르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그런데 몽골에서는 이런 김치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문화가 달라서가 아니라 몽골인들이 먹는 전통 음식 때문이다.

몽골의 전통 음식, 양고기 만두 '보즈' / rudnitskaya_anna-shutterstock.com
몽골의 전통 음식, 양고기 만두 '보즈' / rudnitskaya_anna-shutterstock.com

몽골에는 '차강사르'라는 명절이 있다. 한국의 설날인 셈인데 몽골인들은 이때 '보즈'라고 불리는 전통 음식인 양고기 찐만두를 먹는다. 몽골인들은 보통 명절이 아니면 보즈를 자주 먹지 않는 까닭에 보즈는 귀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보즈'는 양고기를 다져 밀가루 반죽에 싸서 찐 만두로, 몽골의 설날이나 경사스러운 날에 주로 먹는 음식이다. 보즈는 양고기의 풍미를 그대로 살려내며 몽골인들의 식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몽골인들의 주식은 육류 중심이다. 이는 그들의 유목 생활 방식과 기후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몽골은 한랭 건조한 기후로 인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 가축을 키우며 얻는 육류와 유제품이 주요 식량원이 됐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몽골인들은 자연스럽게 육류 중심의 식단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찜기에 넣고 찌기 전 보즈의 모습 / Tatahnka-shutterstock.com
찜기에 넣고 찌기 전 보즈의 모습 / Tatahnka-shutterstock.com

몽골인들이 김치를 기피한다는 설은 여기에서 기인했다. 보즈는 양고기와 양고기 기름이 가득한 음식이라 맛은 훌륭하지만 많이 못 먹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김치를 곁들이면 그냥 보즈만 먹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 김치의 맵고 깔끔한 맛이 보즈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서양 음식인 햄버거나 파스타를 먹으면서 김치를 찾는 원리와 비슷하다. 김치가 느끼한 맛을 중화하는 것이다. 이에 몽골에서는 김치가 다른 나라만큼 환영받지 못하는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몽골에서 김치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치 소비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몽골에 있는 한국 편의점에서는 보즈와 김치를 함께 묶어서 파는 도시락 상품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 몽골어과 장재혁 교수는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에서 이 소문에 관해 "특히 몽골에서는 주로 음식을 할 때 소스나 이런 것도 케첩이나 간장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매운 음식이 없다. 몽골의 주식이 대부분 육류가 많다. 그 육류도 굉장히 기름기가 있기 때문에 김치와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다"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김치 / Hyejin Kang-shutterstock.com
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김치 / Hyejin Kang-shutterstock.com

김치의 세계적 인기는 수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김치 수출량은 약 2만 3900톤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의 수요 증가가 두드러진다. 미국으로의 김치 수출량은 같은 기간 동안 6600톤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하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덜란드로의 수출량도 1300톤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캐나다로의 수출량은 900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수출 증가는 K-푸드 열풍과 발효 및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몽골의 김치 수출량 또한 늘어나고 있다. 몽골은 전통적으로 육류와 유제품 중심의 식단을 가지고 있어 발효된 채소인 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류의 영향과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 증가로 김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몽골로의 김치 수출액은 약 10만 1000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몽골 내에서 김치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몽골인들의 김치 소비가 늘어난 이유에는 몽골 정부의 채식 권장도 있다. 몽골은 유목 민족 특성상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해 왔는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활동량이 줄어드는데도 육식을 지속해 국민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몽골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몽골인 사망 원인 중 1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UN이 조사한 2020년 태어난 사람의 기대수명도 한국은 83세, OECD 국가 평균 81세인 반면 몽골은 69.5세로 나타났다. 이에 몽골 정부가 국민에게 채식을 적극 권장하자 국민의 김치 소비도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다.

최근 몽골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한국 음식들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김치, 라면, 불고기 소스 등은 몽골 내 대형 마트나 한국 식품 전문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몽골 현지에서도 한국 식당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몽골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류의 영향과 더불어 몽골인들의 식문화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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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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