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홍장원이 작성했다고 하는 메모, 총 4가지 버전 있다"
2025-02-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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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메모는 찢었다고 하고 두 번째 메모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이른바 정치인 등 체포 메모와 관련해 "홍 전 차장의 헌법재판소 증언 이후 파악해보니 사실관계가 달랐다"고 증언했다.
조 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홍 전 차장이 당시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체포자 명단을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받아 적었으며, 보좌관에게 이를 정서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봤지만 달랐다"며 "담당 보좌관에게 확인해보니 홍 전 차장이 포스트잇에 메모를 했고, 보좌관이 이를 정서한 것은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 12월 4일 오후 홍 전 차장이 같은 보좌관에게 '네가 기억나는 대로 다시 한 번 써달라'고 요청했고, 보좌관은 기억을 더듬어 메모를 다시 작성했다고 한다. 세 번째 메모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좌관의 설명에 따르면 첫 메모는 파란 펜으로 사람 이름만 적혀 있었다"며 "그 메모에 더해 누군가 가필을 했고, 지금 보는 메모까지 총 4가지 종류의 메모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첫 메모는 홍 전 차장이 찢어버렸다고 했고, 두 번째 메모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세 번째는 가필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가필된 네 번째 메모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 사표 반려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 측이 "지난해 12월 6일 아침 홍 전 차장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이 참석한 정무직 회의에서 홍 전 차장에게 "인사 절차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겠지만 정무직은 언제까지 일을 하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무직 대 정무직으로 부탁한다.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지 사표를 돌려준 적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4일 변론에서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집에 있는데 국정원장이 전화해 홍 전 차장을 해임해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5일 조 원장으로부터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달받고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다음 날 조 원장이 사표를 반려하며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조 원장은 지난해 여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 있었던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며 '홍 전 차장이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한 사람을 통해 7차례 인사청탁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박지원·박선원 의원 정도가 거론될 수 있는데 맞나"라고 묻자 조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두 의원 중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속기록에 남아 있으니 따로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