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인기 폭발 중인 한국 식품... 그런데 한국선 원재료가 엄청나게 버려진다
2025-02-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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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 대신 이걸로 국 끓이면 해장에 그만

마른김 가격이 장당 145원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산지에서 버려지는 물김은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달에만 6000t 가까이 폐기됐다. 이달 물김 생산량도 지난해와 견줘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폐기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물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전북·경인·충남·부산의 위판장에서 버려진 물김은 총 5989t에 이른다. 전남이 5296t으로 가장 많았고, 경인 386t, 전북 208t, 충남 73t, 부산 26t 순이었다. 올해 물김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해양수산부의 신규 양식장 허가와 불법 양식이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 물김 생산량은 작년 동기보다 17.6% 증가했고, 부산과 충남에서도 각각 76.9%, 64.9% 늘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경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한 물김이 대량으로 폐기되고 있다.
올해 물김 양식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산 김의 인기가 폭발하자 높은 수익을 기대한 어민들이 양식에 뛰어들었고, 무허가 양식장도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폭증했다. 그러나 가공업체들의 수요는 한정돼 있는 까닭에 결국 대량 폐기 사태로 이어졌다.
물김은 주로 1~5월에 채취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달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6.8%, 다음 달엔 13.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공급이 넘치면서 산지 물김 가격은 급락했다. 지난달 위판된 물김 가격은 kg당 평균 762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55원)보다 54% 낮은 것이다. 2023년(1191원)과 비교해도 36% 하락했다.
반면 마른김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마른김 가격은 장당 145원으로, 평년보다 55.5%, 작년보다 31.9% 비싸다. 마른김의 가격이 유지되는 이유는 건조 과정과 보관이 용이해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물김 폐기를 줄이기 위해 전남 일부 지역에서 계약재배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지역수협과 논의 중이다. 작년 4월에도 김을 계약재배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급한 상황인 만큼 계약재배 논의를 서두르고 있지만, 수산물 계약재배 경험이 없어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 단순한 반찬을 넘어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비타민 A, C, K, 엽산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미네랄이 많아 칼슘, 마그네슘, 요오드 섭취에 효과적이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푸코이단 성분도 함유돼 있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김 요리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김밥이 대표적이다. 밥과 다양한 재료를 김에 말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밥에 참기름과 소금을 약간 넣어 간을 한 후 김 위에 얇게 펼친 뒤, 오이, 당근, 계란, 단무지, 햄 등을 올려 단단하게 말아준다. 김밥을 썰 때는 칼에 참기름을 바르면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
김국도 추천할 만하다. 감칠맛이 뛰어난 국물 요리인 김국은 멸치나 다시마 육수에 김을 찢어 넣고 끓이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맛을 더하고 싶다면 산낙지, 굴을 넣으면 된다. 김국은 간단하지만 영양이 풍부해 아침 식사로 적합하다. 물김으로 국을 끓여도 별미다. 매생이국의 매생이를 물김으로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해장에 그만이다.
김전도 맛있는 요리다. 부침가루와 계란을 섞어 반죽한 후 김을 넣어 부쳐내면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반죽을 만들 때 물을 약간 넣어 되직한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김을 반죽에 담가 기름을 두른 팬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부쳐내면 완성된다.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으면 칼칼한 맛을 더할 수 있다.
가공된 마른김과 달리 물김은 저장성이 낮아 소비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계약재배 도입과 더불어 물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김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물김국 끓이는 법>
물김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 국물 요리다. 먼저 물김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물김은 만졌을 때 빨갛게 변하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반짝거리는 김은 신선한 편이지만 물기가 많다면 이미 품질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김을 구매한 후에는 바로 조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보관이 필요하다면 냉장보다는 냉동이 적합하다.
조리 전 김은 반드시 찬물에 씻어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 물에 담가두면 김이 물러지고 맛이 떨어질 수 있다. 물에 넣었다가 가볍게 흔들어주며 헹궈주면 불순물이 제거된다. 이후 김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국물에 넣을 준비를 한다.
물김국의 기본 재료는 믈김, 굴, 무, 대파, 다진 마늘, 국간장 등이다. 무는 채 썰어 준비하고, 대파는 송송 썰어 향을 더해준다. 국물은 멸치 육수를 사용하면 감칠맛이 더해지며, 육수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물에 국간장을 넣어도 괜찮다. 국간장은 미리 넣어 간을 맞춰야 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잘 어우러진다.
무를 먼저 넣고 끓이며 국물을 우려낸 후 물김을 넣는다. 물김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국물이 탁해지고 걸쭉해질 수 있으므로 적당량만 추가한다.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다.
물김국은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지만 너무 오래 끓이면 김이 퍼져 식감이 물러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적당히 끓여낸 후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간이 부족하다면 추가로 소금이나 국간장을 넣어 조절한다.
완성된 물김국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 김의 풍미와 무에서 우러나온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맛있는 음식앋. 밥을 말아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