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1등 밥반찬인 이 식재료... 원재료 해산물 귀해져 공장마저 문 닫을 판

2025-02-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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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공식품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값 올랐다는 한국 식재료

진미채로 불리는 오징어채는 페루 등 중남미 오징어로 만든다. / KBS 뉴스 영상 캡처
진미채로 불리는 오징어채는 페루 등 중남미 오징어로 만든다. / KBS 뉴스 영상 캡처
가공식품 물가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진미채로 불리는 오징어채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22.03(2020년=100)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 지난해 1월(3.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자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2%)을 웃도는 수치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2.0% 이하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오징어채 / 연합뉴스
오징어채 / 연합뉴스

지난달 가공식품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품목은 오징어채다. 무려 22.9%나 올랐다. 이어 맛김(22.1%), 김치(17.5%), 시리얼(14.7%), 유산균(13.0%), 초콜릿(11.2%) 순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또한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참기름(8.9%), 간장(8.8%), 식용유(7.8%) 등도 7~8%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비스킷(7.0%), 케이크(3.3%), 빵(3.2%) 등의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기여도가 높은 빵, 커피, 김치, 비스킷 등의 출고가 인상 영향으로 전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들은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동아오츠카는 지난달 1일부터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올렸고, 대상은 16일부터 마요네즈와 후추, 드레싱 등 소스류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코 빼빼로를 200원 인상하는 등 26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릴 예정이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맛김 원재료인 김 원초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김치 원료인 배추 가격도 작황 부진으로 인해 급등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와 커피 원두의 국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가공식품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품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식품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물가 안정 정책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주요 식품 원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과 기후 등의 외부 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오징어채 가격이 이렇게까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수온 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다. 동해안의 수온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 연안에서 오징어가 예전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오징어 어획량이 줄면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징어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공장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

진미채 제조 모습. / KBS 뉴스 영상 캡처
진미채 제조 모습. / KBS 뉴스 영상 캡처

KBS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오징어 가공식품의 도매가격이 상승하면서 판매량도 줄어들고 있다. 한 상인은 "전에는 300g 단위로 팔았지만, 이제는 250g이나 200g으로 양을 줄여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미채의 주요 원료인 페루산 훔볼트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훔볼트오징어는 남미 연안에 서식하며, 주로 멕시코, 페루, 칠레에서 어획된다. 이 오징어는 밤에 불빛을 이용해 유인해 잡으며, 최대 몸길이 2m, 체중 45kg까지 자라는 대형 오징어다. 특히 강한 치악력과 포식성으로 인해 '식인 오징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페루산 오징어 수입량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56.9% 감소했다. 이 때문에 오징어를 원료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공장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오징어 가공식품의 70~80%를 생산·공급하는 강릉 주문진 지역의 공장 상당수가 현재 가동을 중단했거나 휴업을 앞두고 있다.

한 공장 관계자는 페루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원료 수급이 어려워졌다면서 오징어가 다시 잡힌다고 해도 이를 수입해 강릉까지 도착하는 데만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오징어 가격 상승에 환율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비용이 증가해 가공식품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미채를 비롯한 오징어 가공식품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가공식품 업계는 현재로서는 원가 부담을 줄일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수입산 원료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어획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로 인해 오징어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진미채 제조 모습. / KBS 뉴스 영상 캡처
진미채 제조 모습. / KBS 뉴스 영상 캡처

2022년 12월 21일에 방송된 '인간과 바다 - 태평양의 거대한 선물, 페루 대왕오징어잡이'의 일부다. 방송에서 훔볼트 오징어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 'EBS 다큐'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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