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 3번 변경…걱정 무색하게 예매 오픈하자 무섭게 치고 올라간 한미 협업 영화

2025-02-1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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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와 협업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실시간 예매율 3위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이 예매 오픈이 되자마자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화 '미키 17' 공식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공식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13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예매 오픈한 '미키 17'은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말할 수 없는 비밀'에 이어 실시간 예매율 3위에 올랐다. 예매율은 7.5%에 달한다. 6.7%였던 지난 12일 예매율을 하루 만에 훌쩍 넘긴 수치다. 예매 관객수도 전날 1만 6500명보다 높은 2만 1154명을 기록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하는 '미키 17'은 얼음으로 뒤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인간 미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미키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소모품으로, 죽을 때마다 기억이 백업되어 새로운 몸으로 재생된다. 영화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을 맞이한 후,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미키 17' 스틸컷 속 로버트 패틴슨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스틸컷 속 로버트 패틴슨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미키 역을 통해 1인 2역의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최근 참여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과 같은 레벨의 영화감독은 전 세계에서 네다섯 분밖에 안 된다"며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곧바로 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읽은 SF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있고, 기괴한 시나리오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도 이번 작품에 대해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SF로 만나 뵙게 돼서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러브 스토리가 나온다"며 미키와 나샤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연출과 사회적 메시지가 어떻게 담길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히 '기생충'에서 계급 갈등을 날카롭게 묘사한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계급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미키 17'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해외 주요 언론사들도 '미키 17'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CNN은 "선구적인 한국 감독 봉준호가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 지 6년이 지났다"며 "그의 후속작인 '미키 17'이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드디어 개봉한다"고 전했다.

국내와 해외 영화 전문 평론가들도 '미키 17'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영화 전문 매체 '스플래쉬 필름'은 "특별해 보이는 영화다. 대담하고 독창적인 스윙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영화 매체 '플레이리스트' 소속의 그레고리 엘우드 기자는 '미키 17'의 개봉일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시로 바뀐 점에 관해 "'미키 17'이 (극장 성수기였던 지난해) 올가을이나 12월에 개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괴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키 17'의 개봉일이 자꾸 바뀐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중성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키 17'은 원래 지난해 3월 29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배급사 '워너브라더스'가 개봉일을 올해 1월 31일로 옮긴다고 지난해 2월 발표했다. 당시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23년 미국작가조합(WGA) 파업 여파에 따른 조치였다. 동아시아 국가들 설날 연휴를 노린 개봉 시기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월 하순은 할리우드에서 비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워너브라더스는 지난해 11월 '미키 17'의 개봉을 올해 4월 18일로 옮긴다고 다시 밝혔다. 다른 배급작 '마이클'이 10월로 개봉일을 변경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당시 워너브라더스는 "(미키 17이) 아이맥스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말했다. '버라이어티'는 미국 부활절(4월 20일) 연휴 특수를 노릴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3월 7일로 개봉일을 또 변경했다. 워너브라더스가 내세운 이유는 비슷하다. 4주간 연이어 계속되는 (미국) 봄 방학 시즌의 박스오피스를 노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맥스 스크린 또한 더 길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반 관객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 스크리닝(시사회)에서 받은 높은 점수에 기인한 자신감도 변경 이유에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키 17'의 개봉일이 자꾸 변경되는 것에는 많은 의문이 따랐다. 미국의 봄 방학은 대학생들이 여행을 많이 떠나는 시기라 미국 극장가 대목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너브라더스의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듄: 파트2'와 2022년 '더 배트맨' 개봉 시기도 3월 초 일정이었다.

결국 개봉일은 최종 2월 28일로 확정됐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북미에서 잘 안 먹히는 마이너한 소재인 탓에 개봉일이 계속 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미키 17' 공식 예고편 속 로버트 패틴슨 / 유튜브 'Warner Bros. Korea'
'미키 17' 공식 예고편 속 로버트 패틴슨 / 유튜브 'Warner Bros. Korea'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네티즌들은 "생각보다 대중성이 없어서구먼", "미국인들 취향 아니고 매니악하게 뽑힌 듯. 솔직히 그리고 밀어주려고 했으면 이미 마케팅 들어갔어야 한다. 여름에 개봉하는 애들 벌써 하나둘씩 마케팅 들어가더구먼", "과학 복제 인간이면 북미 시장은 인기 없을 거고 R등급(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 불가)이면 아시아 쪽에서도 매니악할 듯"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미키 17'의 개봉 연기에 대해 워너브라더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은 애초부터 디렉터스 파이널 컷으로 계약했고 제 편집본으로 마무리됐다. (워너브라더스와) 상호 존중 하에 영화가 잘 끝났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해명했다.

'미키 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될 예정이다.

'미키 17' 공식 예고편 속 로버트 패틴슨 / 유튜브 'Warner Bros. Korea'
'미키 17' 공식 예고편 속 로버트 패틴슨 / 유튜브 'Warner Bros. Korea'

▲ '미키 17' 관람 포인트 세 가지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 : 로버트 패틴슨은 주인공 '미키'의 17번째와 18번째 복제본을 동시에 연기한다. '미키 17'은 어수룩하고 가엾은 청년의 모습을, '미키 18'은 예측 불가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을 표현하며 그의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감상할 수 있다.

인간미 넘치는 SF 스토리 : '미키 17'은 복제 인간을 소재로 한 SF 영화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과학적인 요소보다는 인간적인 냄새가 가득한 이야기를 강조했다. 원작 소설의 지적인 역사가 아닌, 망한 자영업자라는 설정을 통해 노동 계층의 외롭고 불쌍한 친구가 위험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봉준호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의 첫 협업 : 이번 작품은 봉준호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의 첫 번째 협업으로, 두 예술가의 시너지가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을 처음부터 캐스팅에 염두에 두었으며 그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다.

복제 인간의 철학적 질문과 윤리적 딜레마 : 영화는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정체성, 자아, 윤리와 같은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기존 작품에서 탐구해 온 인간 본성과 사회적 구조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관객들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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