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아니다… 이동진이 역대급 극찬 남긴 '청불 영화', 드디어 개봉
2025-02-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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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처를 넘어, 건축으로 꿈꾼 자유
잔혹한 자본주의, 천재 건축가의 좌절과 저항
올해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브루탈리스트'가 마침내 개봉했다.
지난 8일과 9일, 전국 21개 극장에서 진행된 CGV 이동진의 언택트톡 상영을 성황리에 마쳤고, 뜨거운 관심 속에 '브루탈리스트'는 12일 정식 개봉했다.
영화는 전쟁의 상처와 흔적에서 영감을 받아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조한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의 30년에 걸친 여정을 그린다. 강렬한 서사와 파격적인 전개, 인간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연출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으며, 성인 관객들을 위한 깊이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고전이 될 운명을 타고난 듯한 영화를 보았다"고 역대급 극찬을 남겼다. 브루탈리즘 건축이 재료와 기능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듯, 영화 역시 주인공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화 중반에는 인터미션이 삽입됐는데, 이동진 평론가는 이를 단순한 휴식이 아닌 영화적 체험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그는 "15분 동안 아내의 부재를 체험하는 시간이야말로, 라즐로가 견뎌온 고통을 관객에게 직접 전하는 방식"이라며 독특한 연출을 극찬했다.
전 세계 유수 언론과 평단도 만장일치로 '브루탈리스트'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롤링스톤은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인 예술 작품"이라 평가했고, 더 가디언은 "전율을 일으키는 걸작, 압도되면서도 황홀하다"라는 평을 남겼다. 국내에서도 "거칠고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처럼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영화"(조선일보), "역사와 예술, 인간 본질을 정면으로 투과하는 담대한 시네마틱 체험"(SR타임스)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502/12/img_20250212134107_e41e55de.webp)
영화는 독일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서 탈출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의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은 떠나기 전, 그에게 괴테의 문장을 인용하며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노예는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노예다"라는 말을 남긴다.
헝가리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을 쌓았던 토스는 나치 독일이 그의 건축 양식을 게르만 형식에 어긋난다며 탄압하면서 모든 것을 빼앗긴다. 전쟁이 끝나고 가까스로 미국으로 탈출했지만, 거리에서 생계를 구걸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사촌 아틸라는 처음에는 그를 도우려 하지만, 고객의 갑질로 손해를 보자 가차 없이 내쫓는다. 삶이 끝난 듯했던 순간, 필라델피아의 갑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그에게 교회와 도서관을 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드디어 재기할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다. 해리슨 가문의 도움으로 아내와 조카까지 미국으로 데려오면서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502/12/img_20250212134831_a46a341a.webp)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 15분의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내와 재회했지만, 그의 삶은 점점 무너져간다. 불안과 공포, 분노가 끊임없이 그를 잠식하고, 마약과 술에 의존하며 밤낮없이 건축에 몰두한다. 성전의 높이를 가능한 한 높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급여까지 줄이는 모습을 본 에르제벳은 "그것이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을까"라며 그를 이해하려 한다.
해리슨 가문은 겉으로는 젠틀한 태도를 보이지만, 은연중에 명확한 신분 차이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천재 건축가’라며 띄워줬던 해리슨은 점점 본색을 드러내며 라즐로를 철저히 이용한다. 영화는 이런 계급적 부조리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쌓아 올려지는 건축물과 점점 무너져가는 라즐로의 모습을 교차시키면서 서서히 드러낸다.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절망적인 눈빛은 영화가 선사하는 깊은 비극성을 더욱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잔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방식에서 '브루탈리스트'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블랙코미디적 요소 없이, 더욱 냉정하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신분과 계급의 차이를 묘사한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502/12/img_20250212134038_5ba7d9f5.webp)
영화는 개봉 전부터 215분의 긴 러닝타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애드리언 브로디의 압도적인 연기와 감각적인 촬영, 그리고 강렬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건축 공간을 활용한 미장센은 건축 영화로서의 미학적 깊이를 더하며, 인터미션은 1막과 2막의 단절을 넘어 희망에서 절망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강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수십 년이 흐른 후, 국제 건축 비엔날레에서 라즐로의 건축물이 재조명되며 영화는 마무리되지만, 관객에게 남는 것은 찬란한 성취가 아닌 깊은 여운이다.
'브루탈리스트'는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은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다음 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강력한 수상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발음을 인공지능(AI)으로 보정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건축계에서는 주인공 라즐로 토스가 실존 인물인 헝가리 출신 건축 거장 마르셀 브로이어의 삶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건축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독창적인 연출과 강렬한 서사,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가 만들어낸 이 영화가 올해 극장가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