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출연 정신과 교수 일침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
2025-02-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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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피습 사건 관련 일부 보도 지적한 나종호 교수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된 김하늘 양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의 범행 원인으로 '우울증'을 집중 조명하는 일부 보도에 관해 현직 정신의학과 교수가 일침을 가했다.
![11일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 양의 빈소가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양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 뉴스1](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502/12/img_20250212083256_7e36a966.webp)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조교수는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울증은 죄가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나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와 같은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예일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2023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나 교수는 "같은 나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피해자의 부모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은 부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원한다.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가해자의)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투며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의사만이 살리는 것이 아니다. 팬으로도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 부디 명심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 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시민들이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 뉴스1](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502/12/img_20250212083315_ce97f845.webp)
나 교수는 12일에도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그는 "하늘이는 제 딸아이와 동갑이다. 기사만 읽어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린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 법을 만들어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하늘이 아버지의) 말씀은 정신과 의사인 저조차 쉽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하늘이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와 깊은 존경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세원 교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당시 환자의 손에 돌아가신 임세원 교수님의 유족은 오히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셨다"라고 했다.
또 "이번 비극이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오히려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하늘이 법은 교사들이 아무 불이익 없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돼야 한다.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교사들을 잃었다. 비단 교직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고작 10퍼센트만 치료받는 우리의 현실은 큰 문제다. OECD 평균 우울증 치료율은 50~60%이고 미국은 60%가 넘는다. 정신 건강에 대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은 OECD 가입국 중 최저 수준이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는 2022년 창립 당시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11.2%에 불과하다"라며 "미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66.3%"라고 밝혔다.
해당 학회는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을 30% 수준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 미국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를 개인의 극복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가 낮은 치료율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