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은행강도 제압한 남성, 전직 특수부대원이었다... 어제(10일) 벌어진 일
2025-02-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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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보단 총에 대해 잘 알아서 공포감 덜했다”

은행 강도를 제압한 남성은 전직 특수부대원이었다. 부산 기장군의 한 은행에서 강도를 저지한 50대 남성이 과거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박천규(53)씨로 확인됐다.
10일 오전 10시 58분쯤 기장군 일광읍의 한 은행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마스크와 털모자로 얼굴을 가린 30대 남성 A 씨가 은행에 침입해 직원과 고객들을 위협했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박 씨는 부인과 함께 은행에서 금융 업무를 보던 중 강도 A 씨가 침입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A 씨는 "주목, 주목"을 외치며 "돈을 넣어라, 무릎을 꿇어라"고 소리쳤다. A 씨가 손에 검은색 비닐봉지에 싸인 총 모양의 물체를 들고 있는 걸 본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박 씨는 강도가 지점 입구를 막고 직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동안 계속해서 그의 손에 들린 총을 주시했다. 당시 박 씨를 포함한 일부 고객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몇몇 고객은 은행 밖으로 도망쳤다. 지점장은 자신의 사무실 문을 잠그고 경찰과 보안업체에 신고했다.
박 씨는 "집사람이 같이 있고, 여직원들도 많았는데 다들 많이 놀란 상태였다"면서 "손님 중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저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중간에 강도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총만 집중해 바라봤다고 말했다.
박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강도가 서너 발짝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강도가) 혼자 있다 보니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고 감시할 곳이 많았다"면서 "강도가 한 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고 시선도 잠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 지금 가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찰나에 다가가 두 손으로 총을 잡은 거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빼앗은 비닐 안을 열어봤을 때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이 있었다. 박 씨는 "강도를 덮칠 때만 해도 가짜 총이라는 인식은 없어서 사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후 은행 청원경찰과 직원들이 합세해 A 씨를 완전히 제압했다.
박 씨는 젊은 시절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간부부대로 바뀌었지만, 예전 701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면서 "복무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총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공포감이 덜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고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A 씨는 자영업 실패 후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계획은 허술했다. A 씨는 은행에서 "나가"라고 했다가 다시 "들어와"라고 말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범행 후 도망칠 차량도 준비하지 않았다. 범행 당일에는 자녀의 장난감 물총을 들고 10여 분을 걸어 은행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를 강도 혐의로 체포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박 씨의 용감한 행동에 감사를 표하며 조만간 감사장을 수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