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물총 들고 은행 털려 한 강도, 직원들 나가라고 했다가 곧이어 내뱉은 황당한 말

2025-02-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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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한 여행 가방에 오만원권 지폐 담으라고 요구

부산에서 한 남성이 장난감 물총을 이용해 은행을 털려다 시민의 용감한 대응으로 제압됐다. 허술한 범행 계획과 시민의 빠른 대처로 인해 사건은 2분 만에 마무리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를 강도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장난감 물총을 이용해 은행을 털려고 한 강도 / 해당 은행, 연합뉴스
장난감 물총을 이용해 은행을 털려고 한 강도 / 해당 은행, 연합뉴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8분경 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한 은행에 침입해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마스크와 털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은행에 들어왔다.

은행은 2층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는 복도에 있던 손님들을 지점 안으로 몰아넣으며 "무릎을 꿇어라"고 소리쳤다.

A씨의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싸인 총 모양의 물체가 들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공포에 휩싸인 은행 내부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A씨는 지점 입구를 막고 서 있다가 지점장실로 향했으나, 내부에 있던 지점장이 문을 잡아 잠그고 경찰에 신고했다. 동시에 보안업체 출동 버튼도 눌렀다.

지점장실 진입에 실패한 A씨는 다시 창구 쪽으로 이동해 직원들에게 미리 준비한 여행 가방에 오만 원권 지폐를 담으라고 요구했다.

당시 은행에는 몇몇 고객이 있었다. 일부는 도망쳤고 3~4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도의 총 추정 물체를 움켜쥔 용감한 시민 박천규 씨 / 해당 은행, 연합뉴스
강도의 총 추정 물체를 움켜쥔 용감한 시민 박천규 씨 / 해당 은행, 연합뉴스

고객 중 한 명이었던 박천규(53)씨가 과감하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박씨는 A씨가 가까이 오자 두 손으로 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움켜쥐고 몸을 던져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들고 있던 물체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것이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임이 밝혀졌다.

괴한이 소지한 장난감 물총 / 부산 기장경찰서, 연합뉴스
괴한이 소지한 장난감 물총 / 부산 기장경찰서, 연합뉴스

박씨의 저항에 지점 청원경찰과 남자 직원 한 명이 가세했고, 이후 직원 두 명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A씨는 완전히 제압됐다.

은행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나 두려운 순간이었다. 여직원들과 손님들은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영업을 하다 실패한 후 취업이 되지 않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의 범행은 곳곳에서 허술함이 드러났다. 범행 도중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쳤다가, 직원들이 나가자 "다시 들어와"라고 말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범행을 마친 후 도망칠 차량도 준비하지 않았으며, 범행 당일 자녀의 장난감 물총을 들고 10여 분을 걸어 은행으로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빠르게 돈을 챙기면 범행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면서도 "사전에 얼마나 범행을 준비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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