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개발한 한국 채소인데... 소유권이 외국에 있는 한국의 국민채소

2025-0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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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엘이 갖고 있다는 그 한국 채소의 소유권

각종 채소 / 뉴스1
각종 채소 / 뉴스1

한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혀가 얼얼한 수준을 넘어서 머리가 땅힐 지경이 돼도 고통을 참아가며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은 일부 외국인에게 기괴하게 보일 정도다. 이렇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청양고추는 어느덧 ‘국민채소’가 됐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 텃밭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이 청양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 텃밭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이 청양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1983년 중앙종묘의 유일웅 박사가 개발한 청양고추는 제주산 고추와 태국산 고추를 교배해 탄생했다. '청양'이란 이름은 고추 산지로 유명한 경북 청송과 영양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매운맛이 강해 개발 초기엔 소비자들에게 낯설게 받아들여졌지만, 점차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떨어지며 널리 퍼지게 됐다.

종자 주권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종종 논란거리가 되는 청양고추의 소유권 이전 과정은 복잡하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중앙종묘가 멕시코의 종자 회사 세미니스에 매각되면서 청양고추의 소유권도 함께 넘어갔다. 이후 세미니스는 미국의 몬산토에 인수됐고, 다시 독일의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면서 현재 청양고추의 종자 소유권은 바이엘이 갖게 됐다.

아스피린으로 친숙한 그 바이엘이 맞는다. 독일의 제약 및 생명 과학 기업인 바이엘은 몬산토를 인수하며 종자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몬산토는 유전자변형작물(GMO) 종자를 개발하는 선두 기업이다. 바이엘은 몬산토 인수를 통해 종자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다.

청양고추 / 뉴스1 자료사진
청양고추 / 뉴스1 자료사진

온라인 일각에서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농정신문에 따르면 청양고추 국내 영업·판매권을 독점 계약한 팜한농이 종자 가격 외에 별도의 로열티는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종자 로열티와 종자 가격을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종자 로열티는 '품종실시료'를 의미하며, 이는 종자가격과 별개로 품종보호권이 설정된 품종을 사용할 경우 품종보호권자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사용료다. 로열티는 주로 종자가 아닌 식물체로 번식하는 영양번식 작물에 부과된다.

청양고추와 같은 종자번식 작물의 경우 매년 종자를 갱신해야 하는데, 종자가격에 일부 로열티 성격의 연구개발 비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다만 '청양고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종자의 경우 팜한농이 국내 영업판매권을 독점 계약하고 있어 종자가격 이외의 로열티는 발생하지 않는다.

청양고추 / 픽사베이
청양고추 / 픽사베이

하지만 종자 주권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내 주요 종자 기업들이 외국기업에 매각되면서 무와 배추, 고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와 양파, 당근, 토마토 종자의 80% 이상이 외국 기업의 소유가 됐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09~2018년 10년간 농작물 종자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은 매년 140억 원씩 총 1400억 원에 이른다. 버섯이 49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장미가 316억 원으로 뒤를 잇는다.

종자 주권 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종자는 식량 안보의 근간이자 농업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에 종자를 의존할 경우 가격 인상이나 공급 중단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매년 수백억 원의 로열티 지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 국내 육성 품종의 점유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버섯의 국산화율은 46%에서 62.9%로, 딸기는 78%에서 98.4%로, 키위는 19.3%에서 29.4%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식량 자급률은 2022년 기준 49.3%에 불과하며 곡물 자급률은 22.3%에 그친다. 종자 주권 확보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 강화와 민간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들의 국산 품종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양고추멸치조림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 / '아따아줌마TV_전라도할매 전통요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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