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 생선이었는데... 10배 이상 값 올라서 최고급 식재료 된 한국 생선
2025-02-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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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한국 생선

가격이 무려 10배가량 올라 서민 생선에서 고급생선이 된 한국 물고기가 있다. 제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닷물고기 병어다. 어느덧 큰맘 먹고 구입해야 할 생선이 된 병어에 대해 알아봤다.
병어는 고등어목 병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소비되는 생선이다. 병어의 '병'은 한자에서 병사 병(兵)을 의미한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영어로는 '실버 폼프렛(silver pomfret)'으로 불린다.
은빛인 병어는 몸이 둥글고 납작하다. 크기에 견줘 입이 작은 데다 잔뼈도 적어 수율이 좋고 먹기 편하다. 또한 비늘이 거의 없어 손질하기도 수월하다. 병어의 살은 흰색이다. 부드러운 데다 탄력이 있어 조리 방식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맛은 담백하고 고소하며 감칠맛이 돈다.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생선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에는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흔하게 잡혔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생선이었다. 실제로 1979년 소설가 이순이 발표한 '병어회'란 제목의 소설에서 병어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몰락한 가정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생선으로 등장한다. 모두 옛말이 됐다. 2010년대부터 중국 저인망 어선들의 무분별한 어획, 어획 부진, 수요 증가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 병어의 자원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급 어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병어는 전남 신안, 목포, 완도 등지에서 주로 어획된다. 조업 방식으로는 주로 안강망과 연승 어업이 사용된다. 병어잡이 어선들은 계절에 따라 조업 시기를 조정하며, 병어의 산란기가 지나 지방이 적절히 오른 시기에 집중적으로 어획한다.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의 변화로 인해 어획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전남 신안수협 송도위판장에서 거래된 병어 5상자의 가격이 한 상자당 90만 원에서 최고 110만 원에 형성된 데서 병어가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2008년 위판 가격은 13만~15만 원이었다. 위판장 가격이 이 정도라면 식당에선 마리당 5만~6만원은 받아야 한다. 어지간한 고급생선 뺨치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갔지만 그래도 1990년대와 비교하면 10배 안팎 올랐다.
한국에서 병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다. 대표적인 조리법으로는 구이, 조림, 찜, 회 등이 있다. 병어구이는 깨끗이 손질한 병어에 소금을 뿌려 간한 뒤 직화로 구워 먹는 방식이다.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미림이나 청주를 살짝 뿌리기도 한다. 병어조림은 간장, 고춧가루, 설탕, 마늘, 생강 등을 섞어 만든 양념장에 병어를 넣고 푹 졸여 만드는 요리다.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깊어 밥반찬으로 인기가 높다. 병어찜은 병어를 큼지막하게 썰어 채소와 함께 쪄서 만드는 요리다.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는 조리법이다. 병어는 회로도 즐겨 먹는다. 육질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기 때문에 회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서양에서도 병어는 인기 있는 생선이다. 인도에서는 병어를 향신료와 함께 튀기거나 탄두리 양념을 입혀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인도 고아 지역에서는 마살라 양념을 발라 병어를 통째로 구워내는 요리가 유명하다. 중국에서는 병어를 간장과 생강을 넣고 찌거나, 두반장 소스를 사용해 매콤한 맛을 가미하는 요리를 선호한다. 일본에서는 병어를 '마나가츠오'라 부른다. 주로 소금구이나 초절임으로 즐긴다. 서양에서도 병어와 유사한 생선이 많이 소비된다. 미국에서는 '폼파노(pompano)'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유사 어종이 구이 또는 튀김 요리로 자주 식탁에 오른다.
병어는 크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부화 후 약 1년이 지나면 약 12cm 정도 자라는데 이를 ‘자랭이병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병어라고 부르는 것은 2년 정도 성장해 19cm 정도 되는 병어다. 3년 이상 자란 병어는 30cm 내외로 성장한다. 이를 ‘덕자병어’라고 부른다. 큰 것은 마리당 1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다. 병어와 혼동되기 쉬운 어종으로는 ‘덕대’가 있다. 큰 병어를 덕자병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수산시장에서는 덕대와 덕자병어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흰살생선인 병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으며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랐던 생선이다.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과 트레오닌이 다량 포함돼 있다. 육질이 부드러워 소화도 잘된다. 또한 비타민 B1과 B2가 풍부해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EPA와 DHA 함량이 높아 어린이의 뇌 건강 증진에도 효과적이다. 단백질과 지질의 함량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함량은 적은 편이다. 지질에는 EPA와 DHA, 나이아신이 많아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좋으며, 뇌졸중과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