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20억짜리 로또 1등에 당첨됐다... 한 푼이라도 더 욕망하는 이들의 전쟁
2025-0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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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로또 둘러싼 인간들의 치열한 욕망 그린 소설 '별 따는 복권방'
성리현 작가의 첫 장편소설 ‘별 따는 복권방’이 출간됐다. 2018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성리현 작가는 20년 가까이 스포츠서울 기자로 활약한 바 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은 오랜 취재와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복권방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욕망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성리현 작가가 펴낸 장편소설 '별 따는 복권방'. / 문학순간 제공](https://cdnweb01.wikitree.co.kr/webdata/editor/202502/07/img_20250207155703_ceefb4ed.webp)
성리현 작가는 ‘별 따는 복권방’을 집필하기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복권방을 수십 번이나 드나들며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와 에피소드를 연구했다. 그는 "축낸 믹스커피만 해도 수백 잔은 될 것"이라며 치열했던 취재 과정을 회상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작품은 단순한 복권 당첨 소동이 아니라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 사회극으로 완성됐다.
소설은 대리운전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주인공 진오가 로또 1등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단짝 동생 태산과 술잔을 기울이던 어느 토요일 저녁 여동생이 걸어온 한 통의 전화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꿈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황금돼지 목걸이를 여섯 개나 걸고 나타나 황금 돌멩이 여섯 개를 던지고 갔다고 말한다.
꿈에 촉이 온 진오는 곧바로 노다지 복권방으로 달려가지만, 복권방 주인 민구는 복권을 팔면서도 당첨되면 반을 나누자는 조건을 내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한 진오는 복권을 사들고 나오고, 예상대로 복권은 1등에 당첨된다. 당첨금은 무려 20억 원. 하지만 진오는 처음 약속을 저버리고 연락을 끊는다.
한 푼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변두리 인생들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된다. 분노한 민구는 진오를 찾아 나서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후다. 민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복권방을 운영하며, 노다지 복권방을 찾는 손님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본다. 미스터 뚝심 두삼은 언제나 같은 번호만 찍으며 1등을 기다리고, 거성도사는 자신이 추천하는 번호로 반드시 대박이 터질 거라고 호언장담한다. 3년째 취업 준비생 신세를 면치 못한 강토는 복권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차노인은 복권방의 단골로 등장해 복권방을 둘러싼 중요한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소설은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곳곳에 코믹한 장면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배치해 가독성과 몰입도를 높인다. 작가 특유의 짧고 강렬한 문장, 날카로운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복권방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돈을 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한탕을 꿈꾸는 이들과 현실에 순응하는 이들, 그리고 이 모든 인간 군상이 얽히고설켜 갈등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탐욕의 본질을 파헤친다.
복권방의 운명은 또 다른 변수와 함께 흔들린다. 국가유공자인 민구의 아버지가 별세하면서 복권 판매 허가증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자 민구는 단골 손님 차 노인과 은밀한 계약을 맺고 복권방을 유지하려 한다. 겨우 위기를 넘긴 줄 알았으나 차 노인의 딸 차도혜가 등장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갈등이 펼쳐진다.
성리현 작가는 “복권방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 먹튀와 잔머리 행태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별 따는 복권방’은 복권 한 장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며 현대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가볍고 빠른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스포츠서울 편집부에서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며 선동열, 박찬호, 박지성 등 당대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때 잘나가는 신문기자였지만 구조조정 바람에 밀려 명예퇴직해야 했다.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에 뛰어들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 ‘땀방울이 살아있네’를 집필했다. 2018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에서 ‘쉰줄에 공돌이’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현재는 서초동의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작가는 자주 "나는 인정이 많은 편이네"라는 말을 듣지만, 이를 두고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한 편이네"라고 확대해석하는, 다소 자아도취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