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의 유래…오직 전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중독성 미친 향토음식

2025-02-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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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고기 귀했던 시절 닭고기 대신 넣어 만든 전라도 음식

전라도 지역에서만 먹는 것으로 알려진 특이한 음식이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평생 이 음식을 모르고 살다가 전라도에 가서야 처음으로 접했다는 음식, 바로 닭떡국과 닭미역국이다.

한국 전통 음식 떡국 / sungsu han-shutterstock.com
한국 전통 음식 떡국 / sungsu han-shutterstock.com

전라도 지역에서 주로 먹는 닭떡국과 닭미역국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떡국은 소고기나 사골 육수를 사용해 만들고 미역국 역시 쇠고기나 조개류를 넣어 끓이는 경우가 많지만 전라도에서는 닭을 이용해 떡국과 미역국을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배경에는 지역적인 특성과 식재료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농경이 발달한 지역으로 쌀 생산량이 많았고 농촌에서는 소보다 상대적으로 키우기 쉬운 닭이 널리 길러졌다.

소는 농사에 중요한 가축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잡아먹는 일이 드물었다. 이에 소고기를 사용한 요리는 주로 제사나 큰 행사에서나 볼 수 있었다. 반면 닭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이었으며 명절이나 잔칫날에는 반드시 닭을 잡아 요리를 해 먹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떡국이나 미역국을 만들 때도 닭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오랜 시간 동안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닭 육수 우려내는 모습 / Ahanov Michael-shutterstock.com
닭 육수 우려내는 모습 / Ahanov Michael-shutterstock.com

여기에는 '꿩 대신 닭'이라는 말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다. 사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떡국에서 유래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과거엔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 꿩고기가 으뜸이었다. 고려 후기에 원나라의 풍속에서 배워온 매사냥이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놀이로 자리 잡으면서 매가 물어온 꿩으로 국물을 만든 떡국이나 만둣국, 꿩고기를 속으로 넣은 만두가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매사냥을 하지 않으면 꿩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워 일반인들은 닭고기로 떡국의 국물을 냈다.

전라도 음식의 또 다른 특징은 육수를 진하게 내는 조리법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떡국을 끓일 때 육수를 맑게 우려내는 경우가 많지만 전라도에서는 닭을 오랫동안 끓여 깊고 진하게 우러난 육수를 넣어서 국물을 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닭을 오래 삶으면 살이 부드러워지고 뼈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이 국물에 배어들어 더욱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닭 육수는 소고기 육수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개운한 맛이 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닭 육수를 만들려면 닭을 뼈째로 조각을 내 삶아낸 후 국간장과 파, 마늘, 생강, 물 등을 넣고 조린다. 자박자박하게 졸여지면 이 육수를 차갑게 식힌다. 닭고기와 껍질에 들어간 콜라젠이 빠져나와 묵처럼 굳는 게 특징이다. 이를 냉장고 등 차가운 곳에 뒀다가 필요할 때 조금씩 덜어서 물을 붓고 떡국떡이나 미역을 넣어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시킨다.

닭 육수를 넣은 음식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다. 닭미역국 역시 쇠고기를 넣어 끓이는 일반적인 미역국보다 기름기가 적고 깔끔한 맛이 나며 미역의 감칠맛과 닭 육수의 조화가 어우러져 색다른 풍미를 자아낸다.

닭떡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닭 한 마리를 깨끗이 손질한 후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푹 삶아야 한다. 닭이 부드럽게 익으면 건져내고 국물은 체에 걸러 맑게 만든다. 닭고기는 식힌 후 살을 발라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둔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소금, 국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 뒤 떡국용 떡을 넣고 끓인다. 떡이 말랑해지면 준비해 둔 닭고기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마무리한다. 그릇에 담은 후 고명으로 김 가루, 깨, 달걀 지단 등을 올리면 완성된다. 일반 떡국보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닭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쫄깃한 떡이 조화를 이루어 전라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이다.

닭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은 한국 전통 음식 미역국 / sri widyowati-shutterstock.com
닭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은 한국 전통 음식 미역국 / sri widyowati-shutterstock.com

닭미역국을 만드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마른미역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든 후 적당한 크기로 썬다. 냄비에 닭 한 마리를 넣고 물을 부어 삶아 육수를 만든 뒤 닭고기는 건져 식힌다. 육수는 체에 걸러 맑게 정리하고 불린 미역을 참기름에 살짝 볶아 풍미를 살린다. 여기에 닭 육수를 붓고 다진 마늘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닭고기는 결대로 찢어 넣고 한소끔 더 끓여 완성한다. 쇠고기를 넣은 미역국보다 기름기가 적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미역 특유의 부드러움과 닭 육수의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전라도의 닭떡국과 닭미역국은 타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이지만 한 번 맛보면 그 깊고 담백한 국물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닭을 활용한 육수는 사골이나 소고기 육수와는 또 다른 감칠맛이 있어 다른 육수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닭떡국은 명절이나 잔칫날에 자주 먹으며 닭미역국은 생일날이나 몸이 허약할 때 보양식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고기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닭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닭을 이용한 전라도의 독특한 음식 문화는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로도 즐길 수 있는 닭떡국과 닭미역국은 전라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식이 됐다. 전라도 지역의 시장이나 식당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가정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 요리 중 하나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전라도식 닭떡국과 닭미역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의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전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닭떡국과 닭미역국은 지역의 식문화와 재료 수급의 특성이 반영된 음식이다. 오랜 시간 동안 내려오면서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맛이 됐지만 타지역에서는 여전히 낯선 음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닭을 이용한 국물 요리는 맛과 영양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한 번쯤 직접 만들어 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닭을 오랫동안 삶아 깊은 육수를 우려내는 방식은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우며 떡과 미역을 이용한 요리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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