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인데…40만 관객 돌파하며 '미친 역주행' 중인 19금 영화

2025-02-0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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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진입장벽에도 흥행 중인 영화
개봉 9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5위권 유지 중인 19금 영화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서브스턴스'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개봉 두 달여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누적 관객수 40만 1972명을 기록했다.

영화 '서브스턴스' 속 한 장면 / (주)NEW
영화 '서브스턴스' 속 한 장면 / (주)NEW

이는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11년 만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외국 독립예술영화가 달성한 최고 흥행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역주행 흥행 신화다.

지난해 12월 11일 개봉 당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서브스턴스'는 1월 9일부터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월 13일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재진입한 데 이어 17일에는 3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개봉 이래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설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2월 1일에는 상영 53일 차임에도 일일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당일 전체 좌석 점유율은 2.1%에 불과했으나 좌석판매율은 28%를 기록해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작품의 진입장벽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흥행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서브스턴스'는 신체를 기괴하게 훼손·변형하는 '바디 호러' 장르로, 젊은 여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수상한 약을 맞은 주인공이 점점 끔찍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잔혹하게 묘사하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2030 여성 관객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컷 / (주)NEW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컷 / (주)NEW

역주행의 가장 큰 비결은 외모지상주의와 노화를 혐오하는 에이지즘에 저항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현시대 여성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평론가 양경미는 "젊고 멋지게 살고 싶은 건 남녀 마찬가지지만, 여성이 보다 나이듦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게 현실"이라며 "'본질'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내면에 충실하자는 주제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약속 시간에 쫓기면서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며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거칠게 닦아내는 장면은 SNS에서 '밈'이 되었고, 코미디언 강유미의 패러디 영상은 44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 '샤이닝', '블랙스완' 등 명작을 오마주한 장면들은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활발한 해석과 토론을 불러일으키며 입소문을 타게 했다.

2024년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프랑스의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연출했다. 50세가 된 날 TV 에어로빅쇼에서 "젊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된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맞고 완벽한 미모를 가진 '수'로 변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러디 스릴러다. 데미 무어는 전라 노출까지 감행하며 보여준 열연으로 지난 1월 6일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45년 연기 경력 최초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분장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데미 무어는 수상 소감에서 "어느 날 미친 대본을 발견했고 그게 '서브스턴스'였다. 이런 여자를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영화의전당

'서브스턴스'의 성공은 수입사 찬란과 투자자 소지섭의 안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소지섭은 2014년 '필로미나의 기적'을 시작으로 '미드소마', '유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30편 이상의 독립영화 수입에 투자해왔다. 비록 수익은 마이너스였지만 "좋은 영화가 많아 소개하고 싶어서 한다"며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지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찬란 측은 "이야기가 명확하며 뛰어난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수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평소 수입에 있어 완성도를 우선으로 고려하되, 관객을 극장으로 모을 수 있는 홍보 포인트가 있는지도 살핀다"고 밝혔다.

영화사 '찬란' 투자자로 활동 중인 배우 소지섭 / 뉴스1
영화사 '찬란' 투자자로 활동 중인 배우 소지섭 / 뉴스1

한때 171개였던 스크린 수는 현재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개봉 9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5위권을 유지하며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특히 개봉 55일 차였던 지난 3일에는 629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5위에서 4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라면 누적 관객 50만 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브스턴스'는 이날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4980만 9900원으로 전일 대비 4.0% 증가했으며, 이날 하루 521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40만 1972명을 기록하며 40만 관객 돌파를 공식화했다.

이날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면 1위는 '히트맨2'(누적 관객 211만 4547명), 2위는 '브로큰'(누적 관객 6만 6736명), 3위는 '말할 수 없는 비밀'(누적 관객 43만 6245명), 4위는 '검은 수녀들'(누적 관객 151만 6774명)이 차지했다.

5위 '서브스턴스'(누적 관객 40만 1972명) 다음으로는 '하얼빈'(누적 관객 488만 233명)이 6위, '더 폴: 디렉터스 컷'(누적 관객 10만 4507명)이 7위, '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누적 관객 39만 3563명)이 8위에 올랐다. 이날 개봉한 '영화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완결편 제1장'(누적 관객 1703명)이 9위, '극장판 포켓몬스터 AG: 뮤와 파동의 용사 루카리오'(누적 관객 15만 2319명)가 10위를 기록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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