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왕고래 시추해보니 경제성 확보 어렵다”

2025-02-06 16:18

add remove print link

이번 결과가 향후 예산안에 중요하게 반영될 가능성 높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인 ‘대왕고래’의 1차 탐사 시추가 40일 넘게 진행됐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웨스트 카펠라호 전경. / 한국석유공사
웨스트 카펠라호 전경. / 한국석유공사

정부에 따르면 1차 탐사 시추에서 석유·가스 존재를 암시하는 탄화수소(hydrocarbon)를 발견하지 못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추진 계획을 발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향후 예산 확보 등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차 탐사를 비롯한 후속 조치를 위한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진행된 1차 탐사 시추가 47일간의 작업을 마치고, 시추를 담당했던 노르웨이 선적 ‘웨스트 카펠라호’가 5일 밤 부산항을 떠났다”며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는 일부 확인됐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만큼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상했던 탄화수소 부존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전체적인 석유 시스템 구조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탄화수소는 석유와 가스 존재를 암시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동해 7개 유망구조(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구역) 중 ‘대왕고래’ 내 특정 해역을 1차 탐사 지역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후 웨스트 카펠라호는 12월 9일 부산항에 입항해 시험 굴착 등의 준비 작업을 마친 후 20일부터 본격적인 시추에 돌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1차 시추의 목표 심도는 3km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실제로 굴착된 깊이는 1761m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1차 탐사 시추는 향후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며 “비록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양호한 석유 시추 시스템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50일에 걸친 첫 탐사에서 정부가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향후 프로젝트 추진 동력과 방향성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첫 시추 결과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특히 야당이 해당 사업에 반대하며 예산 삭감을 추진한 만큼, 이번 결과가 향후 예산 확보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5년 예산안’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예산(유전개발사업출자)은 전액 삭감됐다. 이번 시추 결과가 다소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야당의 반대 논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입찰 의향을 보인 기업들이 있다”며 “처음부터 바로 성공할 확률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 투자를 유치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다음달 중으로 투자 유치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1차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시료를 전문 용역사에 의뢰해 정밀 분석과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분석 작업은 약 6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가 도출되는 대로 오는 5~6월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1차 탐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만큼, 향후 추가 탐사와 민간 투자 유치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