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귀한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길거리에서 흔히 먹는 '한국 음식'

2025-02-0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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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정신으로 탄생한 '한국 음식'
길거리에서 찾는 한국의 숨은 맛

원래는 귀한 음식이었으나, 이제는 길거리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한국 음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순대를 포함한 분식 자료 사진. / Glowonconcept-shutterstock.com
순대를 포함한 분식 자료 사진. / Glowonconcept-shutterstock.com

순대는 돼지 창자에 고기, 피, 내장, 뼈 등을 넣어 만든다. 손자병법에서는 병력과 자원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본다. 필요한 병력만 동원해야 하고, 과도한 동원은 국가 경제와 자원에 부담을 준다. 이는 음식에서도 적용된다.

순대는 효율적인 음식이다. 순댓국 식당은 보통 2~3가지 메뉴만 운영한다. 이는 재료 관리와 조리 시간을 줄여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 신토불이와 순대

신토불이는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계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개념이다. 순대는 한국 각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고, 돼지 창자와 지역의 식재료를 결합해 지역 특색을 반영한다.

한국의 농경 사회에서는 계절에 맞는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었다. 순대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발전했다. 한국 땅에서 나고 자란 재료를 활용해 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 그것이 신토불이 사상이 담긴 순대의 본질이다.

순대 자료 사진. / SUNG MIN-shutterstock.com
순대 자료 사진. / SUNG MIN-shutterstock.com

◈ 순대의 기원

순대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삼국시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고려 말 몽골군이 침략하면서 피순대가 전파됐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중국 농경서 ‘제민요술’에 등장하는 ‘양반장자해(羊盤腸雌解)’에서 변형됐다는 견해도 있고, 만주 여진족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순대와 유사한 음식은 동서양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졌기에 특정 기원을 단정하기 어렵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 등장한다. ‘규합총서’에는 쇠 창자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찐 ‘쇠 창자찜’이 기록돼 있다. ‘시의전서’에서는 ‘도야지순대’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돼지 창자에 숙주, 미나리, 무, 배추김치, 두부, 양념, 돼지 피를 넣고 삶는 방식이 설명돼 있다. 이는 현재 순대와 거의 유사한 형태다.

당시 순대는 주로 찜 형태였으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순댓국의 조리법도 등장한다. 이 시기부터 순대는 술안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는 피순대, 고기 순대 등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당면순대가 개발되면서 순대는 분식의 한 종류로 대중화됐다. 원래는 잔칫상에 오르던 귀한 음식이었으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값이 저렴해졌고,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 'KBS Entertain'

◈ 지역별 순대의 특징

현재는 전국에서 비슷한 순대를 먹지만, 과거에는 지역마다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만들었다. 때문에 지역별 특색이 뚜렷했다.

평양, 함흥, 용인, 천안, 광주, 전주, 제주, 대구, 속초 등지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순대가 있다. 순대를 찍어 먹는 양념장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당면순대다. 길거리, 시장, 분식집, 포장마차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순대가 바로 당면순대다. 순대볶음, 순대전골 등의 요리에 사용되는 것도 대부분 당면순대다.

당면순대는 채소, 선지, 찹쌀을 넣지만 저가형은 찹쌀과 채소가 빠지고, 당면이 주를 이룬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돼 가격이 저렴하다.

피순대는 돼지 창자에 채소, 찹쌀, 돼지 피를 넣어 만든다. 선지가 아닌 돼지 피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검다. 충남의 병천순대가 대표적이다. 당면이 거의 없고, 선지와 콩나물이 주재료다. 당면순대와 맛이 확연히 달라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기 순대는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당면순대만 먹던 사람이라면 정통 순대 특유의 풍미에 놀라게 된다.

순대 자료 사진. / SUNG MIN-shutterstock.com
순대 자료 사진. / SUNG MIN-shutterstock.com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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